구동희ㆍ김신일ㆍ노순택ㆍ장지아
2014 올해의 작가상 후보들
11월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의 2014 올해의 작가상 후보인 구동희(40), 김신일(43), 노순택(43), 장지아(41)의 작품전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들은 각각 독립된 공간에서 신작과 구작으로 11월 9일까지 나란히 개인전을 한다. 예술과 사회, 인간과 삶, 자아와 사물을 대하는 시선과 고민을 저마다 강한 개성과 뚜렷한 주제의식으로 펼쳐 보이고 있어 생각할 거리가 많은 전시다.
올해로 3회째인 이 행사는 한국 현대미술의 미래를 이끌어갈 역량 있는 작가들을 후원하는 제도다. 매년 후보 작가를 선정해 전시 후 1명을 뽑는다. 올해는 누가 될까. 수상자는 9월 중 발표한다.
◆구동희-재생길(Way of Replay)
구동희는 진부한 일상에 퍼즐을 맞추듯 우연한 상황을 개입시켜 뜻밖의 결과를 내놓음으로써 관객의 감각을 일깨우는 작가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과 붙어 있는 서울대공원의 롤러코스터에서 착안한 신작 ‘재생길’을 선보이고 있다. 노란 리본을 몇 번 꼬아서 비튼 것 같은 길이 75m의 터널 모양 건축적 구조물이다. 270도 회전하는 공간 속을 걸으면서 탐험하듯 감상한다. 천장이 낮아서 허리를 굽혀야 통과할 수 있는 구간도 있고, 길이 뚝 끊기는 지점도 있다.
위험한 시설은 아니지만, 혹시 몰라서 관람객 안전 수칙에 서명한 사람만 헬멧을 쓰고 들어가서 볼 수 있다. 길이 꺾이는 지점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사람의 시점에서 찍은 영상이 돌아간다. 물리적 공간을 몸이 인식하고 대응하는 방식을 체험하고 관찰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김신일-이미 알고 있는
김신일은 ‘본다’는 행위를 통해 일상적 관념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는 문자조각과 영상, 설치 작품을 내놓았다. 문자조각은 ‘마음, 믿음, 이념’이라는 세 단어를 심장 박동 소리에 따라 흔들리는 거울 앞에 읽을 수 없게 설치하거나 조명이 들어간 아크릴 상자에 넣어 문자의 바깥, 그 너머를 생각케 한다. 풍경 사진을 픽셀이 깨질 때까지 확대한 영상은 시각과 이성으로 가닿을 수 없는 실체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빛과 소리를 적극 활용한 공감각적 전시다. 센서가 관객의 움직임을 감지해 실내가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한다. 어둠 속에서 듣는 심장 박동 소리를 듣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조명이 천장과 바닥으로 확 퍼지면서 신비한 숲처럼 변한 실내에 놀란다.
◆노순택-무능한 풍경의 젊은 뱀
사진작가 노순택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의 현장을 누비며 기록해왔다. 사진가가 올해의 작가 후보에 오르기는 처음이다.
이번 전시는 평택 대추리부터 제주 강정마을까지, 용산 참사에서 세월호 참사까지 지난 10여년 간 한국 사회를 달군 사건과 장소에 바탕을 두고 있다. 분단 현실, 노동자 투쟁, 촛불시위 등 갈등의 현장을 비판적 눈길로 포착한 사진이지만, 이념 대립보다는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로 접근하면서 미적인 감각을 동반해 공감대를 끌어내고 있다.
‘무능한 풍경의 젊은 뱀’이라는 전시 제목은 잔인하지만 어찌할 수 없는 풍경과, 객관적 진실을 전하는 것 같지만 실은 겉핥기 식으로 맥락 없이 프레임 안의 풍경만 제시하는 사진의 교활함을 가리킨다. 오늘날 사진의 역할에 대한 작가의 자기 반성적 시각이 담긴 전시다.
◆장지아-금기는 숨겨진 욕망을 자극한다
장지아는 몸에 관련된 사회적 금기를 퍼포먼스, 영상, 설치, 사진으로 다뤄왔다. 외과 수술 도구를 고문 도구로 발전시킨 ‘아름다운 도구들 시리즈 1’, 에로틱해 보이는 장면에 숨겨진 폭력성을 드러내거나 서서 오줌 누는 여자를 찍은 사진, 오줌을 담은 플라스크를 주렁주렁 매단 오줌나무 등 도발적이고 강렬한 작업을 선보여 왔다.
신작인‘아름다운 도구들 3’은 설치 및 퍼포먼스 작품이다. 전시장 안에 흰 천을 드리운 성소를 설치하고 깃털과 큐빅으로 장식한 수레바퀴 12개를 놓았다. 바퀴 안장에 여자들이 앉아서 바퀴를 돌린다. 퇴폐적이라고 서양 중세의 성가에서 금지했던 프리지안 음계의 노래를 부르며 힘들게, 깃털이 음부를 스칠 때마다 쾌감을 느끼면서.
성적인 코드가 너무 강하다고 여긴 것일까. 이 전시는 미성년자 입장 불가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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