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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 동공, 터널 다지는 공법 변경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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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 동공, 터널 다지는 공법 변경 탓?

입력
2014.08.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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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선 시공사 지상서 구멍 뚫다가

도로 안전성 내건 서울시 주문대로 수평 그라우팅 방식으로 변경

처음 시행과정서 부실 작업 의혹

수도권 주민 95% "싱크홀 불안"

최근 잇달아 발견된 싱크홀로 안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사거리 인근 지하철 9호선 920공구 현장에서 국토교통부와 한국시설안전공단 관계자들이 터널 굴착 장비인 실드 TBM(Shield Tunnel Boring Machine)을 점검하고 있다. 신상순 ssshin@hk.co.kr
최근 잇달아 발견된 싱크홀로 안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사거리 인근 지하철 9호선 920공구 현장에서 국토교통부와 한국시설안전공단 관계자들이 터널 굴착 장비인 실드 TBM(Shield Tunnel Boring Machine)을 점검하고 있다. 신상순 ssshin@hk.co.kr

서울 석촌지하차도에서 발견된 무더기 동공으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동공의 원인이 지하 터널 표면을 다지는 ‘그라우팅’ 공법을 갑자기 바꾼 것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0일 서울시 전문가 조사단에 따르면 석촌지하차도 인근 지하철 9호선 건설 공사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가량 공사를 중단했다. 터널을 뚫는 공사에는 원통형 기계를 회전시켜 수평으로 굴을 파는 실드 공법이 사용됐는데, 이 공법에 쓰인 굴착기 전면에서 흙과 바위를 부수던 커터가 마모돼 교체가 필요한 상태였다.

조사단에 따르면 당시 서울시와 시공사는 커터 교체를 앞두고 그라우팅 방식에 이견을 보였다. 시공사 측은 과거에 해왔던 대로 지상에서 수직으로 구멍을 뚫어 특수용액을 주입하는 ‘수직 그라우팅’을 하겠다고 했지만, 서울시는 굴착기에서 바로 용액을 뿌리는 ‘수평 그라우팅’을 주문했다. 석촌동이 문화재 지역인데다 지하차도에 구멍을 많이 내면 도로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시공사는 서울시 주장대로 수평 그라우팅 방식을 받아들여야 했다. 지하철 공사 과정에서 한번도 수평 그라우팅을 해본 적이 없었던 시공사는 장비를 일본에서 수입해야 했고 굴착기도 다시 설계했다. 보통 커터 교체는 2주면 충분한데 그라우팅 방식을 바꾸느라 4개월이나 걸렸다. 시공사는 올 1월부터 공사를 재개, 7개월간 수평 그라우팅 방법으로 터널을 뚫었다.

조사단의 전문가들은 시공사가 수평 그라우팅을 처음 시행하는 과정에서 지질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부실하게 작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라우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연약 지반의 침하를 일으켰고, 공사과정에서 시공사 측이 터널로 흘러온 토사를 지상으로 대거 방출했다는 것이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수평 그라우팅을 하려면 굴착기가 이전보다 천천히 움직여야 하는데, 중단된 공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서둘렀다면 그라우팅이 제대로 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공사측은 이에 대해 “그라우팅이 잘못됐다면 터널 안으로 흙이 쏟아져 들어와야 하지만 동공이 발견되기 전까지 이상 징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시공사가 제출한 데이터를 분석해 동공의 원인을 밝히고 다음주 초 종합대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한편, 설문 결과 수도권 주민 95% 이상이 최근 잇따라 발생한 싱크홀(지반침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80%는 싱크홀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응답했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지난 14일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싱크홀에 대해 온라인 설문조사 한 결과 53.5%가 ‘매우 불안’, 41.7%가 ‘불안’하다고 답해 전체의 95.2%가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싱크홀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55.1%가 ‘그렇다’, 24.5% 가 ‘매우 그렇다’ 로 답해 79.6%가 싱크홀을 재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싱크홀 발생시 가장 위험한 장소로는 ‘번화가’(39.8%)와 ‘출·퇴근시’(37.3%)를 꼽았다. ‘앞으로 싱크홀이 증가할 것으로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매우 증가’가 34.3%, ‘증가’ 가 63.2%로 대다수(97.5%)가 동의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 위협이 되는 재난으로는 홍수·태풍(39.6%) 다음으로 싱크홀(29.9%)을 꼽았고, 폭염·가품(15.5%) 황사(12.8%) 산사태(2.2%)가 뒤를 이었다.

이범구기자 ebk@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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