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 교황이 '낮은 리그' 고민도 살피신 듯" 시설관리공단 'K리그 퍼스트' 마인드도 한 몫
최근 축구계는 '경기장 내 외부 행사'에 유독 민감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설치됐던 콘서트 무대가 축구계 전체의 분노를 샀다. 대형 콘서트가 열리면 그라운드 잔디 상태는 엉망이 된다. 당연히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 경기장 운영 및 관리는 구단이 아닌 시설관리공단에서 하는 탓에 ‘시즌 중 외부 행사’가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지만, K리그 경기 일정까지 무시한 채 콘서트를 강행하는 것은 축구팬들의 볼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은 설득력이 있다.
지난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진행됐다. 5만여 명의 신자들이 경기장에 몰렸고, 당연히 선수들이 뛰게 될 경기장 잔디 위에도 1만명 정도가 자리했다. (▶관련기사보기)
K리그 챌린지 대전시티즌 입장에서도 기쁨 반 걱정 반이었다. 교황이 홈 구장으로 쓰는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직접 미사를 집전한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영광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행사 뒤 예정된 홈경기에 대한 걱정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교황 방한 행사 며칠 뒤 구단 관계자는 신기하다는 듯 기분 좋게 웃었다. '잔디 걱정'을 덜었기 때문이다.
구단 관계자는 "잔디 상태가 신기할 정도로 괜찮았다"며 잔디 상태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교황 행사 직후 잔디가 꽤 망가진 것 같아 큰 걱정이었는데 최근 비가 계속 내리고 통풍도 잘 되면서 잔디가 다시 살아났다. 정리만 조금 하면 경기에 큰 지장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월드컵경기장 운영 및 관리를 맡은 대전광역시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도 "하늘이 도운 것 같다"며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물론 경기장 훼손을 최소화 하기 위한 숨은 노력도 있었다. 이 관계자는 "잔디 보호를 위해 무대를 바닥에서 띄워 설치하도록 했다"며 "경기장 상태 걱정을 많이 했지만, 생각보다 양호해 다행이다. 부분적으로 파인 부분은 바로 보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단 측은 "축구팬으로 알려진 교황이 우리 구단의 마음까지 헤아린 것 같다"며 "낮은 곳을 먼저 살피는 교황이 ‘낮은 리그’인 K리그 챌린지 팀들을 위해 내린 축복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뛰겠다"고 전했다. K리그 챌린지 선두를 달리고 있는 대전은 오는 8월 30일 대구FC를 상대로 교황 방한 뒤 첫 홈 경기를 치른다.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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