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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다녀간 축구장, '잔디가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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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다녀간 축구장, '잔디가 살아났다!'

입력
2014.08.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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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팬 교황이 '낮은 리그' 고민도 살피신 듯" 시설관리공단 'K리그 퍼스트' 마인드도 한 몫

최근 축구계는 '경기장 내 외부 행사'에 유독 민감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설치됐던 콘서트 무대가 축구계 전체의 분노를 샀다. 대형 콘서트가 열리면 그라운드 잔디 상태는 엉망이 된다. 당연히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 경기장 운영 및 관리는 구단이 아닌 시설관리공단에서 하는 탓에 ‘시즌 중 외부 행사’가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지만, K리그 경기 일정까지 무시한 채 콘서트를 강행하는 것은 축구팬들의 볼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은 설득력이 있다.

지난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진행됐다. 5만여 명의 신자들이 경기장에 몰렸고, 당연히 선수들이 뛰게 될 경기장 잔디 위에도 1만명 정도가 자리했다. (▶관련기사보기)

K리그 챌린지 대전시티즌 입장에서도 기쁨 반 걱정 반이었다. 교황이 홈 구장으로 쓰는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직접 미사를 집전한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영광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행사 뒤 예정된 홈경기에 대한 걱정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교황 방한 행사 며칠 뒤 구단 관계자는 신기하다는 듯 기분 좋게 웃었다. '잔디 걱정'을 덜었기 때문이다.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가 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가 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구단 관계자는 "잔디 상태가 신기할 정도로 괜찮았다"며 잔디 상태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교황 행사 직후 잔디가 꽤 망가진 것 같아 큰 걱정이었는데 최근 비가 계속 내리고 통풍도 잘 되면서 잔디가 다시 살아났다. 정리만 조금 하면 경기에 큰 지장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월드컵경기장 운영 및 관리를 맡은 대전광역시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도 "하늘이 도운 것 같다"며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물론 경기장 훼손을 최소화 하기 위한 숨은 노력도 있었다. 이 관계자는 "잔디 보호를 위해 무대를 바닥에서 띄워 설치하도록 했다"며 "경기장 상태 걱정을 많이 했지만, 생각보다 양호해 다행이다. 부분적으로 파인 부분은 바로 보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단 측은 "축구팬으로 알려진 교황이 우리 구단의 마음까지 헤아린 것 같다"며 "낮은 곳을 먼저 살피는 교황이 ‘낮은 리그’인 K리그 챌린지 팀들을 위해 내린 축복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뛰겠다"고 전했다. K리그 챌린지 선두를 달리고 있는 대전은 오는 8월 30일 대구FC를 상대로 교황 방한 뒤 첫 홈 경기를 치른다.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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