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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현장으로 나가라… 약자엔 자비, 강자엔 비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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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현장으로 나가라… 약자엔 자비, 강자엔 비판을"

입력
2014.08.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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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자 김근수
신학자 김근수

“교회가 닫혀 있으면 병이 난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은 천주교 밖에서도 이미 유명하다. 교회가 내부의 일에 몰두하다 보면 자칫 교회 밖에 어두울 수 있다. 그러나 교회 밖에 관심을 갖다 보면 교회 내부의 일에서 중요성과 순서를 식별하는 눈이 생기게 된다. 남을 보면 나를 저절로 알게 되지만, 나에게 집중하면 남을 잊을 수 있다. 남에게 집중하다가 자기 자신을 잃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스도교는 나보다 남을 먼저 보라고 가르치는 종교다. 남을 보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을 해석하는 것이다.

예수를 모르면 하느님을 알 수 없다고 그리스도교는 말한다. 성서를 모르면 예수를 알 수 없다는 깨달음이 그리스도교에서 전통으로 굳어졌다. 거기에 새로운 가르침이 우리 시대에 덧붙여졌다. 가난한 사람을 모르면 예수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을 통하지 않고는 예수에게 다가설 수 없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예수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에 의해서 우리가 복음을 듣게 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은 교회 안에도 있지만 우선 사회 안에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생활하는 1차적 장소는 교회가 아니라 사회다. 사회를 모르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알 수 없다. 교회 밖으로 나가라는 교황의 말은 무슨 뜻일까. 경제적 가난, 정치적 억압, 사회적 소외에 시달리는 사람을 가까이 하라는 뜻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자세히 살피라는 당부다. 교황은 한국에서 몇 가지 모범을 몸소 보여 주었다.

교황은 팽목항에 머물고 있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에게 위로 편지를 보냈다. 교황은 편지에서 “직접 찾아 뵙고 위로의 마음을 전하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한국 방문 기간 내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실종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18일 명동성당에서 집전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초청해 위로했다. 할머니들은 ‘희망 나비’ 배지를 교황에게 건넸다. 나비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비롯한 모든 여성들이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해방되기를 염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교황은 할머니에게 받은 배지를 자신의 제의에 달았다. 교황은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로마행 비행기에서도 계속 달고 있었다. 한국교회가 교회 밖의 사건에 대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잘 알려준 사례다.

예수는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을 끝까지 감싸 안았다. 그러나 부자와 권력자들을 사정없이 비판하였다. 예수는 정권획득을 위한 정치활동에 참여한 적 없지만, 정치의 잘못에 준엄하게 꾸짖고 저항하였다. 천주교회는 사회적 약자에게 한없는 위로를, 불의한 세력에는 철저하게 저항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사회에 눈을 돌리는 데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교회는 약자에게 자비를, 강자에게 비판을 선사할 의무가 있다. 갈등의 현장으로 나가야 한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도 교황은 슬퍼하는 사람들이 서로 하나가 되어 연대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무관심의 세계화’를 벗어나 ‘연대의 세계화’가 필요한 것이다. 여기서 교황은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는 사랑의 가장 높은 형태이다. 정치 참여는 그리스도인의 의무이다.

교회가 우선 있어야 할 곳은 교회가 아니라 사회다. 교회는 교회 밖으로 나가 갈등의 현장으로 있어야 한다. 교회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신자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이다. “교회의 존재 목적은 가난한 사람을 위한 것이다”라고 교황은 한국 주교단 앞에서 분명히 말하였다. 그에게 복음의 핵심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교회가 교회 밖으로 나가는 이유는 가난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다.

가톨릭 평신도 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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