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처형 전날 만찬장 재연 위해 엄청난 음식을 소품으로 활용 파격
수화까지 여섯개 언어로 혼돈 표현
헨델의 메시아 등 축소판 무대 볼거리 26,27일 아르코예술극장서 공연
공연하는 동안 무대에서 진짜로 잔치가 열린다. 연희자들이 스테이크를 썰고 먹다 노래하더니 마침내는 스태프까지 나와 함께 먹으며 대미를 장식한다. 팸플릿에 상호 이름이 적힌 외식업체 3곳의 협찬으로 동원되는 음식은 당연히 실제다.
아지드현대무용단의 ‘최후의 만찬_먹고 마시고’는 예수가 처형되기 전 날 열두 제자와 마지막으로 함께 한 저녁 식사의 현장을 한껏 확장, 이 시대에 육화(肉化)하는 무대다. 리모델링으로 맨 앞에서 맨 뒤까지 거리가 20m를 헤아리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의 무대가 모두 다 식당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엄청난 양의 음식이 무대에 오르고 나눠지면서 예수의 최후의 만찬 잔치의 현장이 생명의 몸 언어로 살아난다.
“예수가 설교를 왜 만찬의 형태로 했는지, 무대를 통해 생각해 보자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 삶 그 자체를 이입하고 싶었어요.” 무대를 잔치판으로 만든 연출자 변혁씨의 말이다.
그러나 먹고 마시는 게 무대의 중심은 아니다. 그 같은 축제성과 함께 강조되는 것이 혼돈상이다. 당시 그 판에서 벌어진 일대 소란을 암시하는 도구로는 여러 언어를 동원했다. 실제로 ‘최후의 만찬_먹고 마시고’에는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 이탈리아어 등 네 개의 언어가 등장한다. 여기에 예수의 죽음을 두고 자기 생각에 골몰한 자제들의 속내를 표현하는데 쓰인 수화와, 다른 언어를 옮겨주는 한국어 자막을 합치면 모두 여섯 종류의 언어가 동원된다. 여섯 언어에 대해 변씨는 “각자의 생각에만 골몰하는 정치적 이합집산 상황을 빗댄 것”이라며 “다양한 장르, 예술 언어의 혼합상을 은유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음악과 춤뿐 아니라 무대 언어를 일상의 차원으로 극대화하자는 것”이라며 “복합 장르의 무대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무대 위 잔치는 그 같은 의미의 외연을 한껏 확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치명적 약점이라면 리허설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 그나마 성균관대 대극장에서 동선을 맞춰본 정도다. 그렇다면 음식값은 어떻게? “서울문화재단은 물론 해당 식당의 후원과 협찬이 있었습니다.” 막대한 ‘일회성 소품’에도 불구하고 제작비가 9,000만원에서 그친 것은 그래서다.
무용단의 대표로 안무를 담당한 정의숙씨는 “연출자의 (과격한) 아이디어에 당황했지만 예술이란 고정 관념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음식까지 소품으로 보자는 연출자의 아이디어를 수용하자 무대 전체 상황이 무용에 녹아 든 공연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헨델의 칸타타 ‘메시아’ 등 너무나 잘 알려진 음악을 극장 상황에 맞게 구현하려는 시도도 빼놓을 수 없다. 14인조 편성의 오케스트라가 무대 앞 오케스트라 피트에, 36인조 합창단은 무대 후면에, 솔로이스트들은 무대 맨 앞에 축소된 칸타타 무대를 실현한다.
무대에서 실제 그림 ‘최후의 만찬’은 한두 번만 등장한다. 변씨는 “너무 강력한 이미지이므로 굳이 자주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박호빈, 예효승, 안영준 등 출연. 26, 27일 아르코예슬극장 대극장. (02)3668-0007
장병욱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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