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밭에 잔잔한 물결이 일렁인다.
지난 봄 이 길엔
젊은 나무에서도 꽃이 피고
늙은 나무에서도 꽃이 피는 것을 보았다
매서운 찬바람이 산야를 얽매고
긴 겨울은 봄을 기다리고 있다
계절에서 계절로 끝없이 이어지는 길
굴곡진 길 높이 오르다 내려오고
다시 오르며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갈림길의 서성임도 잠시, 각자의 길을 간다
산다는 것은 발길의 선택에 따라
구름이 되고 물이 되고 흙이 되고 꽃이 된다
꺾어진 길 어귀에서 길을 내려다본다.
주어진 시간이 멈추기 전
그들만의 세상 꿈을 꾸며
나의 섶 없는 길을 다듬는다.
*섶: 잎이 붙어 있는 땔나무나 잡목의 잔가지,
시인 소개: 안종준(56)은 경남 마산 출신으로 2006년 시와 수필로 등단했다.
낙동강문학 주필 및 한국시민문학협회 자문위원이며, 대구신문 2회 명시상과 청백리 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등불 등 3권이 있다
해설: 시인 김인강
사람은 자연에서 순리를 배울 때가 많다.
길 섶 늘어진 풀들과 어린 나무, 고목까지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
서로를 향한 질시도 없고 잘남도 못남도 없이 보듬고 어우르며 함께 풍경을 만든다.
그들이 그들만의 길로 함께 가듯 우리 삶도 그렇게 손잡고 가면 좋을 텐데, 언제부턴가 치열한 전투와도 같은 삶속에 서로의 가는 길이 명확히 구분이 되어 있다.
사는 동안 넉넉함도 부족함도 자신의 일이지만, 순리대로 걸어가는 길 위엔 언젠가는 편히 쉴 수 있는 의자가 기다리고 있다.
화사한 꽃비를 맞으며 쉴 수 있는 의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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