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km 곳곳 패이고 안전시설 미흡 동호인 많이 찾지만 사고 위험 커
市, 3년간 10건 2억여원 손해배상 일부 과속·역주행은 대형사고 불러
“깨지고 패이고 도로도 성치 않은데 제대로 된 안내표지판도 없어 사고가 나기 십상입니다.”
서울 남산공원 순환로(3.2km)가 자전거 동호인들에게 ‘죽음의 길’로 불리고 있다.
16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앞 남산공원 남측 순환로. 자전거를 탄 시민 3명이 힘겹게 오르막 페달을 밟고 있었다. 뒤에서 차량이 다가오면 보ㆍ차도 경계석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곡예운전을 펼쳤다. 그렇게 2km 가량을 구슬땀을 흘린 이들은 남산도서관 방향의 북측 순환로 내리막길을 빠르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규정상 자전거의 제한 속도는 시속 20㎞이지만, 시속 40~50km는 족히 돼 보였다.
반대편 남측 순환로 끝자락에서는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역주행하는 10대들도 목격됐다. 공원 관리요원이 호루라기를 불며 제지하자 자전거에서 내려 40~50m를 걸어가다 다시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순환로를 자주 산책한다는 김모(55)씨는 “야간에 역주행 하다 사고가 많이 난다”며 “노면 관리와 표지판 설치 등 자전거 안전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19일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에 따르면 남산공원 순환로 자전거 사고는 지난 3년간 신고된 것만 15건이다. 연도별로는 2011년 3건, 2012년 8건, 지난해 4건 등이다. 사업소는 이 가운데 10건의 사고 피해자에게 1억9,300만원을 보상했다. 모두 포트홀 등 도로 관리 부실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자전거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피해자 A(22)씨와는 현재까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A씨는 지난해 6월9일 새벽 0시10쯤 자전거를 타고 북측 순환로를 내려오다‘U’자 굴곡 구간에서 보도 옆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서울시는 A씨 측에 보험가입금의 최고액인 1억원을 보상했으나 A씨 측은 “도로 파손 등으로 사고가 났다”며 추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A씨 사고 뒤 7월부터 지난 2월까지 8개월 동안 순환로의 자전거 통행을 금지했다가 3월 재개했다. 남측 순환로 입구에는‘자전거 이용 시 주의사항’을 알리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하지만 사정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지난 1일 새벽 1시쯤에도 대학생 B(21)씨가 자전거를 타고 팔각정에서 남측 순환로를 역주행해 내려오다 넘어져 병원 신세를 졌다. 사업소가 밤 시간대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순환로 입구에 설치한 직사각형 모양의 철제 시설물이 도약대 역할을 하면서 B씨를 태운 자전거가 10m 가량을 날아 그대로 곤두박질쳤다. B씨는 “눈에 잘 띄도록 노란색 페인트를 칠하거나 야광 표시를 해 놓지 않아 미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한교통학회의 한 전문가는 “포트홀과 규정에 맞지 않은 과속방지턱, 낮은 보ㆍ차도 경계석 등은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에게 흉기처럼 작용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모노레일 등 친환경 교통수단을 도입해 자동차 통행을 없애고 제대로 된 자전거도로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업소는 “연내 10억원을 들여 북측 순환로를 보수하고 내년에는 15억원을 들여 남측 순환로를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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