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박사 따고도 임시직 전전
8년 만에 강사 돼 쓴 논문이 대성공
조직위, 초청 위해 국제인맥 총동원
6년이나 공부해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런데도 직장을 못 구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마흔이 다 돼가는데 형편이 궁해 연애 한번 못했다. 10년 가까이 지나 간신히 구한 대학 직장은 교수가 아니라 시간강사였다. 보통 사람 같으면 크게 낙담했을 것이다. 하지만 장이탕(張益唐ㆍ59ㆍ사진) 미국 뉴햄프셔대 교수에게는 세계적인 수학자로서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세계수학자대회의 대미를 장식할 특별초청강연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장 교수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생각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는 어려운 시기가 마음가짐에 따라 고난이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北京)대에서 수학으로 학사, 석사과정을 마친 뒤 미국 퍼듀대로 건너간 장 교수는 6년 만인 36세에 박사가 됐다. 수학자대회에 초청받는 유명 수학자들이 대부분 짧은 기간에 학위를 받고 일찍 독자적인 연구를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장 교수의 학문적 성장은 유독 더뎠다. 보통 과학자들이 가장 활발히 연구업적을 쌓는 학위 취득 후 수년 동안을 식당에서 회계일을 하고 샌드위치를 만들면서 보냈다. 옛 소련이 붕괴하면서 쟁쟁한 수학자들이 대거 미국으로 건너와 자리를 잡은 탓에 장 교수처럼 미국에서 공부한 수학자들이 일자리를 얻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그에게 동료 수학자들이 뉴햄프셔대 강사 자리를 제안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지 8년 만에 생긴 직장에서 장 교수는 연구에 몰두했고, 지난해 5월 드디어 ‘일’을 냈다. 수학계 최고 국제학술지 ‘애널스 오브 매스매틱스’에 세계 수학계를 발칵 뒤집는 논문 한 편을 발표한 것이다. 논문은 고대 그리스부터 약 2,500년 동안 수학자들을 괴롭혀온 난제 중의 난제인 ‘쌍둥이 소수 추론’의 해결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1과 자기 자신 외에는 나눠 떨어지는 숫자가 없는 소수 중 3과 5, 5와 7, 11과 13처럼 차이가 2밖에 안 되는 가까운 쌍을 쌍둥이 소수라고 부른다. 이런 쌍은 숫자가 커질수록 점점 드물어진다. 그렇다면 어느 수 이상 넘어가면 쌍둥이 소수는 없어질까, 계속될까. 장 교수는 두 소수의 차이가 7,000만 이하인 쌍은 무한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해 쌍둥이 소수 추론 해결의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 이후 다른 수학자들이 장 교수의 논문을 발전시켜 두 소수의 간격을 246까지 줄였다. 이 간격이 2로 줄면 쌍둥이 소수 난제는 해결되는 것이다.
“친구들과 간 휴가지에서 우연히 떠오른 아이디어로 논문을 썼다”는 장 교수는 자신이 “아주 똑똑한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다른 점이 있다면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수개월, 수년 동안 끈질기게 생각하는 성격”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 조직위원회는 장 교수를 초청하기 위해 국제 수학계 인맥을 총동원했다. 박형주(포스텍 교수) 조직위원장은 “다른 초청 강연자들이 다 확정된 뒤에도 연락이 닿지 않아 애를 태웠다”며 “젊었을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사람만이 수학을 잘 할 수 있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학생들에게 꼭 알리고 싶은 수학자”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