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만 보고 주말리그 따라하면
대형 고졸 루키 나오기 어려워
미국의 경우는 워낙 저변 넓어
도입 4년째를 맞은 주말리그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 야구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은 한미일 아마야구계가 공유하고 있다. 그런데 왜 유독 한국에서만 ‘괴물급’ 고졸 신인이 배출되지 않는 것일까. 특급 유망주로 촉망 받던 선수들을 어째서 평범한 선수로 전락하는 것일까.
일본 프로야구 오오타이 쇼헤이(20ㆍ니혼햄)는 프로 입단 2년 만에 에이스로 성장했다. 18일 현재까지 19경기에서 9승3패 2.52의 평균자책점으로 퍼시픽리그 다승 부문 공동 5위, 평균자책점은 2위를 달리고 있다. 오오타니는 고교시절부터 최고 시속 160km 강속구와 뛰어난 타격 능력을 겸비해 주목 받았다. 니혼햄의 전 에이스 다르빗슈 유(27ㆍ텍사스 레인저스)의 등번호 11번을 물려 받아 성공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메이저리그 마이크 트라우트(23ㆍLA 에인절스)는 빅리그 4년 차인 올해도 엄청난 활약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날 현재 119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1리 27홈런에 타점은 87개다. 트라우트는 2012년 139경기에서 타율 3할2푼6리에 30홈런 83타점 49도루를 기록,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한 최연소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다른 선수들이 뽑은 올해의 신인으로도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200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5번으로 에인절스에 지명된 트라우트는 지명 당시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은 고졸 루키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류현진(27ㆍLA 다저스) 이후 대형 고졸 신인이 자취를 감췄다. 5억원이 넘는 계약금을 받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기대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프로 구단 코치들은 “제 아무리 고교 무대에서 날았다 해도 입단하면 문제투성이다.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주말리그와 미국 일본 주말리그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메이저리그 전문가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미국도 우리 나라처럼 고교 선수들이 그리 많은 경기를 하지 않는다. 상황이 엇비슷하다”고 말했다. 송 위원은 “머니볼로 유명한 빌리 빈 오클랜드 단장의 경우 경기수가 적다는 이유로 고졸 선수 보다 대졸 선수를 선호한다. 아무리 뛰어나도 고등학교 때 기록을 온전히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송위원은 그러면서도 “미국에선 기본적으로 야구를 즐기는 학생들이 많다. 방과 후 스포츠라는 개념이 형성돼 있다”며 “어렸을 때부터 공부와 운동을 병행했기 때문에 주말리그에 대한 큰 문제점이 없다. 워낙 땅이 넓고 인구가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재능 있는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말했다.
송 위원은 또 “미국은 초ㆍ중ㆍ고가 아닌 연령별로 리그를 나눈다. 예를 들어 5~8살, 9~11살 별로 팀이 있는 식이다”며 “학생들의 마인드에도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죽기 살기로 운동에 매달리는 반면 미국 학생 운동 문화는 그렇지 않다. 공부에도 익숙하다”고 전했다.
일본은 4,000여 개 고교야구에서 연간 8,000명 정도의 선수가 배출된다. 이 중 12개 프로 구단에 입단할 수 있는 선수는 1.5% 정도다. 워낙 좁은 문을 뚫어야 하니 운동 선수의 정규 학습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여진다. 프로 선수가 되지 못해도 다양한 진로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4,000여개 고교 가운데 100여 곳은 ‘엘리트 야구’를 하고 있다. 사실상 프로에 진출할 진짜 선수는 이 곳에서 배출되는 셈이다. 김용선 세광고 감독은 “우리가 무작정 일본식 주말 리그를 따라 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면서 “지금 상황은 겉만 보고 그들(일본)의 이원화된 시스템을 보지 못한 벤치마킹”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국내 고교야구 주말리그 도입은 성급했다. “초중고부터 충실히 수업을 받게 한 뒤 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턱없이 부족한 전용 운동장, 성적만을 좇는 지도자들의 훈련 방식, 혹사 당하는 에이스, 기량 발전이 없는 백업 멤버들에 대한 고민도 부족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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