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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만 만나지 말고

입력
2014.08.1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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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14~18일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처음과 마지막 일정을 함께 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는 5월 16일 대표 면담 이후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한 달 넘게 단식 중인 김영오씨의 면담 요청까지 외면하면서다. 왜 이들이 이역만리에서 온 종교 지도자에게 위안을 구하고 관심을 호소해야 하나. 박 대통령이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참석, 교황에게 선물을 주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가톨릭 신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14~18일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처음과 마지막 일정을 함께 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는 5월 16일 대표 면담 이후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한 달 넘게 단식 중인 김영오씨의 면담 요청까지 외면하면서다. 왜 이들이 이역만리에서 온 종교 지도자에게 위안을 구하고 관심을 호소해야 하나. 박 대통령이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참석, 교황에게 선물을 주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사람이 죽었다. 살려낼 순 없다. 왜 죽었고 누구 책임인진 알아야 하지 않나. 위로는 별것 아니다. 교황 언행은 당연하다. 정부 의무는 규명ㆍ문책까지다. 대통령에겐 난망한 일이다.

“김영오씨와 세월호의 희생자 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유가족들에게 이는 죽은 이를 살려내라는 통절한 절규를 극도로 승화시키고 인내한 이성적 요구이다. 또 이 요구는 민주사회가 아니더라도 인간공동체가 유지되는 한 지켜져야 할 인륜성의 마지막 가치를 환기한다. 여기 304명의 고유한 죽음이 있다. 이 죽음의 원인이 지진이나 쓰나미, 유성의 지구 충돌과 같은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인 한, 거기에는 원인이 있고, 그것을 초래한 사람과 시스템이 있으며, 당연히 책임 당사자들이 있다. 이 단순하고 투명하고 상식적인 ‘사실’을 밝히라는 것은 유족의 권리일 뿐 아니라 인간의 권리다. 이 인간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정부와 의회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의회가 이러한 인간의 권리를 부정하거나 회피한다면. 유족을 모욕하는 데 앞장서거나 그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면. 스스로 세월호 대참사의 최종책임자라며 눈물 흘렸던 대통령은 두 번의 선거가 끝나자 아예 이 대참사에 대한 언급 자체를 봉쇄했다. 그러는 사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고, 여러 차례에 걸쳐 세월호 가족들에 대한 깊은 위로와 행동과 발언을 보여주었다. (…) ‘공감능력’은 인간성과 인륜성의 가장 근본적인 토대이기에, 교황이 아니더라도 유족 앞에서 우리는 당연히 모든 사람이 그렇게 행동할 것을 기대한다. 그런데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적지 않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더구나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권력을 좌우하고 있는 집단 내부에서 터져나오는 유족들에 대한 매도와 조롱은 이것이 인간인가 하는 심각한 충격을 우리에게 던진다.”

-인간의 권리, 인간에 대한 예의(한겨레 ‘세상 읽기’ㆍ이명원 문학평론가(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 전문 보기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제 한국을 떠났다. 마지막 공식 일정은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였다. (…) 미사에는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다. 이번 방한에서 첫 일정(청와대 환영식)과 마지막 일정을 박 대통령이 함께한 것이다. (…) 문제는 멀리서 온 교황을 자주 만난 데 있지 않다. 가까이 있는 시민을 돌아보지 않는 데 있을 뿐이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갔다. 오전 10시, 광장 옆 세종문화회관에서 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광복절 경축식이 열렸다. 몇십m 떨어진 곳에선 세월호 참사로 숨진 안산 단원고생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단식 중이었다. (…) 다른 세월호 가족, 성직자, 대학교수, 변호사, 영화인도 수사·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농성하고 있었다. (…) 박 대통령이 그들에게 눈길을 줬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불의의 사고로 자식을 잃은 시민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한 달 넘게 곡기를 끊었는데, 지도자는 언급 한번 한 적 없다는 거다. 박 대통령은 5월16일 유가족 대표와 면담한 이후 한번도 가족들을 만나지 않았다. (…) 교황의 4박5일을 한 장의 사진으로 요약하라면 지난 16일 광화문 시복식 전 김영오씨와의 만남을 꼽는 이들이 많을 터이다. 감동적인 풍경이지만 부끄럽고 안타까운 장면이기도 하다.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있는데 왜 먼 곳에서 온 손님에게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해야 하는가. 수많은 시민이 피 흘려 성취한 한국의 민주주의가 이토록 취약한 것이었던가. 국가도, 정치도 사람을 살리기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다. 어떠한 대의나 명분, 이념이나 가치도 생명을 앞설 수는 없다. 가라앉은 세월호 속에서 유민이가 죽어가는 모습을 손놓고 바라보기만 했는데, 이제 그 아버지마저 죽음을 맞게 할 셈인가. 더 늦기 전에 ‘유민 아빠’를 살려내야 한다. 국정의 최우선 순위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김영오씨는 “대통령께서 직접 우리를 위로해달라”며 면담을 요청했다. 박 대통령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벌써 단식 37일째다.”

-박 대통령, 김영오씨 만나라(경향신문 ‘경향의 눈’ㆍ김민아 논설위원) ☞ 전문 보기

대신 기도해주는 게 지도자 노릇이 아니다. 나라와 제 존망을 포갠 이의 성공을 그에게 운명을 건 이가 염원하는 게 자연스럽다. 결탁 대상만 찾는 권력을 위해 기도할 국민은 없다.

““나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지난해 봄 프란치스코 교황으로 뽑혔을 때 다른 추기경들에게 한 말이다. (…) 흔히 신부는 평신도를 위해 기도하고, 교황은 성직자와 신도를 위해 기도하는 줄 알았다. 하느님께 올리는 기도지만 사실은 기도의 손길은 ‘아래’로 향하고, ‘아래’를 위한 의식이라 여겼다. (…) 세속에서도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해야 할 때가 있다. 세월호 생존자를 찾으러 컴컴한 물속으로 들어가는 잠수부는 갑판에 서 있는 동료에게 말할 수 있다. “나를 위해 기도해줘.” (…) 온몸을 던져서 난국을 헤쳐나가려고 제 한 몸 희생을 무릅쓰는 사람들만이 “나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할 수 있다. 그들은 ‘나를 위한 기도’가 곧 우리 ‘운명 공동체를 살리는 기도’와 일치할 때 그런 부탁을 한다. (…) 국가 지도자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 이때 비로소 ‘나를 위한 기도’가 ‘우리 모두를 위한 기도’가 되는 것이고, ‘나라를 구하는 기도’가 된다. 같은 믿음에서 가톨릭 신자 대통령은 국민에게 “저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하고 간구하고 매달릴 수 있어야 한다. 나라를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잠을 못 이루고 있는 대통령이라면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국민들에게 요청할 수 있고, 또 요청해야 한다. (…) 대통령도 대통령의 꿈, 대통령의 웅지(雄志)가 이뤄지도록 국민들에게 매달려야 한다. 그것이 교황이 한국을 떠나면서 남긴 교훈이다.”

-교황의 기도, 대통령의 기도(조선일보 ‘김광일의 태평로’ㆍ논설위원) ☞ 전문 보기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쳐 온 사람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정상화해야 할 것은 대통령 그 자신의 종교와의 관계다. 박 대통령은 올해 석가탄신일에 조계사 법요식에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이 석탄일 법요식에 직접 참석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 전례를 만든 것은 후임 대통령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 박 대통령의 석탄일 법요식 참석은 대선 과정에서 자신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달리 대해준 불교계에 대한 보답의 성격이 짙다. 교황 방한 행사에 대한 적극적 지원은 방한준비위원장을 맡은 강우일 주교 등 천주교 내 반박(反朴)세력의 환심을 사보려는 의도도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남들에게 주문만 하지 말고 본인부터 비정상을 정상화하라.”

-박 대통령, 종교 관계부터 정상화하라(동아일보 기명 칼럼ㆍ송평인 논설위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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