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이 백인 경관 대런 윌슨의 총격으로 숨진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18일 밤 나흘째 충돌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공권력 남용이라 지적한 긴급 기자회견도 성난 퍼거슨 시민들을 막지는 못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위대와 경찰은 18일 오후 9시쯤 브라운이 지난 9일 윌슨의 총격에 사망한 퍼거슨의 주택가 거리와 인접한 곳에서 충돌했다. 시위대는 브라운이 투항 의미로 손을 들었는데도 윌슨이 무시했다는 목격자들 증언을 빗대 “손을 들었다. 쏘지 말라”는 구호 등을 외치며 퍼거슨 도심인 웨스트 플로리슨트 애비뉴로 행진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가 2시간 가량 이어진 평화시위를 깨고 화염병을 던지는 등 폭력 양상을 보이자, 경찰은 18일 오후 11시쯤 수 차례 해산 명령 끝에 최루탄과 연막탄 등을 발사하며 강제 진압에 나섰다. AFP 통신은 “시위대 규모는 전날보다 작았지만 현장에 특수기동대가 배치되고 상공에 헬기가 선회했다”고 전했다.
시위 발생 몇 시간 전인 이날 오후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사용에 어떤 변명도 있을 수 없다”며 “사태 해결에 주방위군이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를 며칠간 지켜보겠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2만1,000여명의 퍼거슨시 인구 중 상당수인 흑인들의 민심 수습을 위해 미국 역사상 첫 아프리카계 미국인 출신의 법무장관인 에릭 홀더 현 장관을 20일 퍼거슨시에 보낸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사태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특히 브라운 가족의 요청으로 별도 부검을 실시한 마이클 베이든 전 뉴욕시 수석 검시관의 예비 보고서가 이날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보고서는 머리에 2발, 오른팔에 4발 등 최소 6발의 경찰 총에 맞은 브라운에게 몸싸움 흔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총격 직전 브라운과 몸싸움이 있었다는 경찰 주장과 반대되는 내용이다.
브라운 가족들과 주민들은 경찰의 과잉대응을 주장하며 윌슨의 즉각적인 기소를 요구하고 있다. 주정부는 그러나 브라운 가족들의 요청으로 법무부가 주도하는 2차 부검의 결과 발표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2차 부검 결과 발표 계획은 아직 미정이다. 주정부는 앞서 내린 야간 통행금지(17, 18일 오전 0~5시) 조치를 시위대가 무력화하자, 18일 새벽 주 방위군 투입결정과 함께 통행금지 조치를 해제하기도 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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