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여고생, 음란행위 두 번 봤다"…CCTV 영상서 남성 1명만 확인
공연음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난 김수창(52·사법연수원 19기) 전 제주지검장이 '음란행위' 피의자로 특정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지검장은 사건 당시 또다른 남성이 현장에 있었고 본인은 피의자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이 확보한 사건 현장 폐쇄회로(CC) TV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은 남성 1명 뿐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지난 18일 김 지검장이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이를 수리하고 면직 처분했다.
◇ CCTV 영상 속 남성 김 지검장일 가능성 커
제주지방경찰청은 사건 당일 한 남성이 음란행위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 CCTV 영상 3개를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했다.
감식 중인 CCTV 화면에는 신원 미상의 남성이 바지 지퍼를 열고 음란행위를 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19일 오전 "피의자의 정확한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현장에서는 한 남성만 찍혔다"며 "남성이 김 지검장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국과수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지검장이 애초 주장한 것과는 달리 당시 현장에는 피의자로 지목할 만한 다른 남성은 없었으며 화면에 등장하는 남성이 김 지검장으로 특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 지검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산책을 하던 중 오르막길이라 힘들고 땀이 나서 문제의 식당 앞 테이블에 앉았으며 다른 남성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사라졌다고 주장했었다.
CCTV영상 대로라면 김 전 지검장이 경찰 조사를 받던 중 동생의 이름을 대는 거짓말을 한데 이어 또다시 거짓 증언을 한 셈이다.
경찰은 김 지검장이 도주하려 해 현장에서 체포했고 목격자인 여고생 A(18)양이 "녹색 티와 하얀 바지, 머리가 벗겨진 것을 보니 비슷하다"고 진술해 김 전 지검장을 연행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아울러 김 지검장을 체포해 유치장에 입감하면서 그의 바지 주머니에서 15㎝ 크기의 베이비 로션이 나왔으나 음란행위 기구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진을 찍고 다시 돌려줬다.
제주로 급파된 이준호 대검 감찰본부장은 지난 15일 오후 경찰 수사를 지켜보고서 감찰 착수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하루 만에 철수한 바 있다.
김 지검장은 지난 13일 0시 45분께 제주시 중앙로 인근 한 음식점 앞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공연음란)로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다.
김 지검장은 경찰 조사에서 신분을 숨기고 혐의를 부인하다가 유치장에서 밤을 보낸 뒤 풀려난 사실이 알려져 의혹에 휩싸였다.
◇ 경찰 "증거 확실한 것 같다"
"(신고한 여학생이) 두 번 봤다고 했다. 앉아서 그리고 길에서도…"
공연음란 혐의를 받는 김 지검장의 현행범 체포 상황을 아는 경찰관들은 "당시 어떤 남성이 음식점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모습을 보고 여학생이 너무나 겁을 먹어서 집에 못 들어가고 있었다"고 신고 여학생의 증언 내용을 전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의 범인이 김 지검장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하고 있다.
경찰은 "김 지검장이 얼마나 당황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계속 횡설수설했고 결국 체포에 순순히 응했다"며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며 이는 변태성욕자의 행태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 검거된 속칭 '바바리맨'도 매우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며 "대검 감찰부가 왜 하루 만에 복귀했겠는가. CCTV 등 뭔가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실제로 김 지검장을 현행범 체포할 때 그가 술에 취해 있지 않았고 인권보호 차원에서 수갑을 채우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구대에 왔을 때도 김 지검장은 굉장히 점잖았고 언쟁을 벌이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은 검경 갈등과는 상관없이 개인적인 일탈행위"라며 "그런 식(검경갈등)으로 이야기를 몰고 간다면 우리도 입장이 난처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만약 당시 김 지검장이 자신의 신분을 말했다면 (현행범 체포 없이) 여고생 진술만 듣고 발생 보고만 했을 것"이라며 "설마 지검장이 여고생 앞에서 음란행위를 할 것이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건 지검장이라는 '인격'을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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