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닭만 먹고 산 기분이다. 복날 안팎이면 삼계탕이나 닭곰탕, 맥주에는 프라이드치킨, 소주에는 닭꼬치, 냉면 대신 초계국수, 집에서도 가끔 치킨카레를 해먹고 닭가슴살 통조림을 땄으니 닭 없이 보낸 날이 하루라도 있기는 했나 모르겠다. 며칠 전에는 기어이 분식집에 들어가 김밥과 함께 닭발까지 시켰다. 이런. 손가락이 네 개씩만 달린 앙상한 손의 축소본 같은 것들이 새빨간 양념을 쓰고 수북하게 담겨 나왔다. 뼈 없는 닭발이나 한두 번 먹어본 나로서는 사람의 손을 온전히 닮은 그 생김새가 영 꺼림칙할 밖에. 하나를 집어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다 가늘고 작은 뼈마디들을 뱉어내면서는 참 가지가지 먹고 산다며 혀를 찼는데, 여름내 숱하게 닭고기를 아무렇지 않게 뜯다가도 유독 닭발 앞에서만 젓가락을 깨작거리고 있으니 이 또한 가소롭기 짝이 없다. 한때 살아있던 짐승에게서 나온 고기라는 걸 잊으면 마음이 편하다. 그런데 닭발은 그 선명한 모양으로 도살의 마지막 과정이 내 입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바로 상기시키는 것이다. 회를 뜨고 난 생선이 아가미를 펄떡거리는 걸 보며 신선도를 확인한 듯 좋아라 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남의 살을 먹으면서 남의 살이라는 사실을 덮어만 두고 싶어 하는 소심한 가식도 씁쓸하기는 마찬가지. 어쨌건 그날 밤 꿈은 뒤숭숭했다. 나의 잘린 두 손이 양념에 버무려진 채 손바닥을 위로 하고 접시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매워 보였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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