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15년 전 한라에서 분리된 위니아만도 인수
현대건설-오일뱅크-종합상사도 정씨 가문이 사들여
"현대증권 인수 관심없다"지만 아직도 후보로 거론
현대백화점그룹이 최근 김치냉장고 브랜드 ‘딤채’로 잘 알려진 위니아만도를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현대가(家) 정씨 가문의 범현대 기업 되찾기 과정에 재차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7일 사모펀드 씨티벤처캐피탈(CVC)이 보유한 위니아만도 지분 100%를 인수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통기업인 현대백화점이 김치냉장고와 에어컨, 제습기 등 생활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위니아만도를 인수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사업 외적인 측면에서 이를 분석하는 기류도 적지 않다.
현대백화점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명예회장의 3남인 정몽근 명예회장 일가가 이끌고 있고, 위니아만도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첫째 동생인 한라그룹 정인영 회장 일가가 경영하다가 1999년 사모펀드에 팔렸다. 결국 삼촌이 이끌던 한라그룹 소속의 위니아만도가 15년 만에 조카 집안인 현대백화점에 인수되면서, 정씨 일가가 범현대 기업을 되찾아온 모양새가 됐다.
현대는 2001년 정주영 회장 사망 전후 현대자동차와 현대백화점, 현대그룹, 현대중공업 등으로 쪼개졌지만 정씨 가문이 자금난 등으로 매각된 옛 계열사를 다시 사들이는 관행은 뿌리가 깊다. 물론 사업성을 따져서 인수했겠지만 정주영 명예회장이 일궈놓은 우량기업을 되찾아온다는 의미도 적지 않았다. 인수는 형편이 넉넉한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주로 맡았다. 2010년 정주영 회장의 6남인 정몽준 전 의원이 이끄는 현대중공업은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오일뱅크를 잇따라 사들였고, 2남인 정몽구 회장이 경영하는 현대자동차는 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인수했다. 이번에 정씨 가문의 품으로 돌아온 위니아만도는 3남이 물려 받은 현대백화점이 사들였기 때문에 정주영 회장의 세 아들이 인수작업에 골고루 참여하게 됐다.
현대가(家)가 인수하지 못한 덩치 큰 옛 계열사도 있다. 2011년 SK그룹이 인수한 하이닉스는 현대전자가 전신인 반도체 전문기업이었다. SK가 인수한 후 분기마다 1조원 이상의 수익을 안겨주는 효자기업으로 부상한 만큼 현대가 입장에서는 속이 쓰릴 수 있다.
정주영 회장이 일궈놓은 주요 계열사들은 대부분 정씨 가문이 인수했거나 다른 기업으로 주인이 바뀐 만큼 현대가의 옛 계열사 인수작업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현대증권이 정씨 가문의 품에 안길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KCC그룹 등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매각일정이 연기될 수 있어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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