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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은 앉아야 포수다

입력
2014.08.1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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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9개 구단 포수 중 주전으로서 풀타임 5년 이상 뛴 선수는 강민호 뿐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현재 9개 구단 포수 중 주전으로서 풀타임 5년 이상 뛴 선수는 강민호 뿐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명령은 자발적인 복종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이탈리아 사회학자 프란체스코 알베로니의 말이다. 포용력, 에너지, 뚝심을 가진 자만이 ‘진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알베로니는 주장했다.

야구에서 포수는 선수 중 유일하게 명령하는 존재다. 손가락으로 생각을 전달하고, 투수가 사인대로 던지게 끔 만드는 ‘특권’이 있다. 좋은 포수란 ‘자발적 복종을 부르는 명령’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이는 볼배합으로 나타난다.

김동수(46) 넥센 배터리 코치는 크게 두 가지를 강조했다. 투수의 컨디션 체크, 타자의 노림수 파악이다. 김 코치는 “마운드만 오르면 달라지는 투수들이 꽤 많다. 공 한 개마다 체크를 해야 한다”며 “타자의 모습도 세밀하게 지켜보면서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간파해야 한다”고 했다.

투수 컨디션이 최악이면, 던지고 싶은 공을 던지게 하는 편이 낫다. 행여 타자가 직구만 노린다 해도 투수가 자신 있어 한다면, 직구 사인을 내야 한다. 모든 볼 배합의 기본은 투수의 몸 상태다.

상대 타자 관찰은 순식 간에 머리부터 발끝을 훑는 작업이다. 타석에 서 있는 자세, 방망이가 나오는 각도, 스윙 한 이후 발 위치 등을 통해 타자가 노리는 코스와 구종을 알아채야 한다. 히팅 포인트를 어디에 뒀는지, 파울이 어느 방향으로 났는지 등도 포수는 기억해야 한다. 이 밖에 야수들의 수비 위치, 점수 차, 바람의 방향도 중요하다. 포수는 다양한 요인을 머릿속에 넣고 다음 공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볼배합에는 정답이 없다. 포수가 원하는 곳에 정확히 던지는 투수도 드물뿐더러, 간혹 벤치에서 나오는 사인 역시 100%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피해야 할 구종으로 알려진 ‘1사 3루 커브’, ‘노아웃 2루 체인지업’ 등도 역발상을 필요로 할 때가 있다. 타자의 의표를 찔러 그 공으로 삼진을 잡았다면 이것이야 말로 환상적인 볼배합이 아니겠는가.

결국 볼 배합은 경험의 산물이다. “600패를 했더니 야구가 보이더라”는 김인식(67) 전 감독의 말처럼 오랫동안 마스크를 써야 투수도 타자도 보이는 법이다. 김동수 코치는 아예 “5년은 채워야 진정한 포수”라는 표현을 썼다. 500경기를 포수석에 앉아야 여유 있는 볼 배합이 가능하고, 동료를 위한 희생 정신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9개 구단 안방 마님 가운데 순수 주전으로 풀타임 5년 이상 뛴 포수는 강민호(29ㆍ롯데)뿐이다. 타율 꼴찌(0.213) 등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강민호가 아시안게임 태극마크를 달 수 있었던 이유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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