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질병 치료만 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환자와 가족들의 마음 치유와 함께 가정과 사회로 복귀할 때까지 적극 도와야죠.”
정남식(62) 연세대 의료원장은 1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병원인 세브란스병원의 책임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세브란스병원은 병원을 넘어선 병원, ‘Beyond Hospital 의료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eyond Hospital 의료문화는 병원이 질병 치료에 그치지 않고 환자와 가족들이 가정과 사회로 복귀하는 것을 포함, 사회나 지구촌 전체와 소통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귀띔했다.
지난 1일 임기를 시작한 정 의료원장은 2016년 7월 31일까지 2년간 임기를 수행한다. 심장내과 전문의인 정 의료원장은 전주고와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의대 심혈관연구소장, 연세대 의대 학장, 세브란스병원장, 대한심장학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고 김대중 대통령 주치의도 지냈다.
정 의료원장은 “대학병원들이 적지 않은 경증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데, 세브란스병원은 3차 의료기관으로서 중증 환자 진료 비중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했다. 즉, 암이나 심장ㆍ내혈관 질환과 중증 난치성 희귀 질환 치료와 연구에 치중하겠다는 뜻이다. 정 의료원장은 “의료분야에서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의 도움도 있어야 한다”며 “굳이 대학병원에서 진료할 필요가 없는 경증 환자들을 설득해 협력병원으로 보내게 될 때 환자와 가족들의 이해와 협조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선택진료비 축소 등 의료제도 개편으로 환자들의 부담이 줄고 있다”며 “연세의료원은 의료전달 체계를 개선하는 데도 앞장 서 의료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정 의료원장은 이어 “1885년 미국 북장로회 의료선교사 호레이스 알렌이 설립한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제중원은 한의학밖에 없던 조선에 큰 충격을 줬다”며 “제중원 설립 129주년을 맞아 세브란스병원에 가칭 ‘제중원 힐링 캠프’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대학, 종교, 문화단체 등의 재능기부를 받아 암 환자와 중증 난치성 질환자, 만성 질환자와 가족 등을 위한 모임마당, 미술ㆍ음악치료, 식사 및 영양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정 의료원장은 “그 동안 병원에서 부분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은 있지만, 제중원 힐링 캠프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환자와 가족, 그리고 사회에 기여하는 곳으로 본격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중원 힐링 캠프가 연세의료원과 사회가 소통하는 창구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의료원장은 이밖에 “세브란스병원 안에 ‘환자 아트리움’을 마련해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휴식 문화공간으로 운영하는 한편, 녹지 공간을 대폭 늘려 병원 전체를 친환경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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