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쯤 새벽 야근을 마치고 우버 택시를 처음 이용했다.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간단한 회원가입 절차를 거친 후 지도에 표시된 내 위치를 터치했더니 2, 3분만에 배차됐다는 연락이 왔다. 기사가 차 밖에서 대기하다 문까지 열어준다. 이용요금은 시간과 거리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 집까지는 모범택시 요금보다 약간 비싼 수준이었다. 비싼만큼 서비스가 훌륭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가장 맘에 든 부분은 내릴 때였다. 기사와 승객이 각각 자신의 휴대폰으로 상대방의 평점을 매기도록 돼 있다. 일정 점수 이하의 기사와 승객은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해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난주에도 야근 끝나고 우버 앱을 작동했지만, 주변에 차가 없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다. 서울시의 단속의지가 작용한 게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다.
전세계 주요도시 대부분에서 이용 가능하지만, 우리나라 감독당국은 못마땅해 하는 신생 비즈니스가 우버만은 아니다. 자기집 빈방을 여행객에게 제공하는 ‘에어비앤비’도 감독당국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보기엔 우리나라 법을 무시하는 불법 서비스다. 당국의 논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외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도시민박업 지정기준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에어비앤비 측이 이런 국내 규정을 지킬 수 없다고 했기 때문에 국내 영업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에어비앤비에 등록한 민박집의 시설이 열악하다면 외국 관광객에게 불쾌한 인상을 남길 수 있고, 관광객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버를 불법화하려는 서울시 등의 논리도 유사하다. 택시라는 업종이 존재하고 관련 규정이 있는데, 우버는 기존 범주에 포함되지 않으니 불법이라는 것이다. 단속의 명분도 문체부와 서울시가 비슷하다. “기존 규정에 적용을 받지 않으니 보험 적용도 안되고 사용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이 대목에서 당국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허가를 받은 모든 택시와 민박의 안전은 당국이 보장할 수 있는가.
에어비앤비가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시작됐을 때 현지 당국과 언론이 가장 우려했던 것도 바로 안전이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낯선 사람 집을 어떻게 믿고 가서 잠을 잘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 190개국 3만4,000개 도시에 80만개가 넘는 방이 에어비앤비에 등록돼 지금까지 1,700만명 이상이 이용했다. 이들이 안심하고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당국의 규제 때문이 아니라 먼저 이용한 이들이 사이트에 남겨 놓은 ‘사용후기’덕분이다. 사용후기를 살펴보고 시설이 열악하거나 주인이 불친절하고 치안이 불안하다는 평이 많으면 다른 집을 고르면 된다. 집 주인도 같은 방식으로 불량 손님을 거절할 수 있다. 만일 190개국 관광 당국이 우리 문체부 담당자들처럼 80만개의 방을 일일이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전세계 네티즌들이 남기는 사용후기가 시장 질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판매자와 소비자는 보다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시장에 참여하게 되고 점점 더 평판이 중요해진다. 그리고 시장 감시자로서의 정부 기능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좀 더 도발적인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가 더 이상 매춘문제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을 통한 매매춘이 확산되면서 매춘부를 착취하던 포주들의 역할이 크게 줄어들었고, 매춘부끼리 구매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이상성욕자의 공격에 노출될 위험성도 역시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이 매춘중개 사이트를 폐쇄하는 등 단속에 나서면 다시 포주가 기승을 부리고 매춘부는 착취와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상이 이렇게 빨리 바뀌는 동안 우리 정부는 낡은 규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신생 비즈니스의 싹을 없애려고만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우리 경제는 우버와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공유경제가 창출하고 있는 100억달러(미국 시장조사기관 매솔루션의 2014년 예상액)의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 이 시장은 2012년부터 매년 두 배씩 성장하고 있다. 이런 시장을 또 어디서 찾을 것인가.
정영오 산업부장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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