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위조ㆍ프로포폴 주인공들
MBN 프로그램 등 줄줄이 낙점
이슈화=시청률 편승한 종편
논란 연예인 컴백 통로로 전락
“그렇게 출연시킬 사람이 없나?”
회사원 이창진(40)씨는 15일 밤 방송된 MBN ‘아궁이’를 보고 마음이 불편했다. 2007년 학력위조 파문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43)씨가 출연했기 때문이다. ‘아궁이’는 아주 궁금한 이야기의 준말로, 주로 과거 화제가 됐던 사건이나 인물을 놓고 전문가 10여명이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이날은 신정아씨가 스튜디오에 직접 나와 당시 사건에 대한 해명과 근황을 전했다.
신정아씨는 “나로 인해 상처 받은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었으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면서 다소 차분한 어조를 이어갔다. 그러나 학력위조를 할 수밖에 없었던 가정사, 고위 공직자와의 스캔들, 지난 7년간의 생활 등에 대해서는 다소 뻔하고 낯뜨거운 이야기를 했다. “대인기피증이 생겨 집 밖으로 나서기 무서웠고 바깥 활동에도 주눅이 들었다” “사랑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그때는 잘 알지 못했다” “사건 이후 건강이 좋지 않아 치료받고 있으며 디스크도 있고 마음의 병이었던 같다” “미얀마 등지에서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했다”면서 이제껏 논란의 주인공들이 방송에 출연해 했던 해명과 별반 다르지 않은 말을 했다.
시청자들은 불편함을 드러냈다. ‘아궁이’ 홈페이지의 시청자게시판에는 “도대체 신정아는 왜 나온 건지…잘못한 사람들에게 자기 합리화하고 하소연 하라고 만든 프로그램인 듯하다” “잘못한 건 잘못한 것인데 보는 내내 불편했다” “직접 신정아를 출연시켜 면죄부를 주는 건가? 신정아 사건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떠나 그저 시청률에 급급해서 그를 출연시킨 제작진은 실수했다”는 글들이 게재돼 있다. 시청자들은 ‘왜 이 시점에 신정아를 출연시키느냐’며 불편한 시선을 보냈다.
사실 신정아씨의 출연이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TV조선은 앞서 지난해 10월 신규 프로그램 ‘강적들’에 신정아씨를 고정 패널로 출연시키려 했다. 그러자 인터넷을 중심으로 ‘신정아 방송 출연은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TV조선에 대해서도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신정아 고정 패널 출연은 결국 취소되고 말았다.
요즘은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배우 이승연과 박시연이 방송 출연을 앞두고 있다. 이승연은 20일부터 방영되는 MBN ‘신세계 시즌2’와 올 하반기 개봉을 앞둔 영화 ‘앨리스’에 출연하고 박시연은 9월 방송되는 TV조선 ‘최고의 결혼’에 주인공으로 낙점돼 촬영 중이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초고속 복귀’라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이승연과 박시연은 집행유예 기간 중 연예계에 복귀하는 것이라 논란이 더욱 뜨겁다. 종편이, 논란을 일으킨 연예인들의 컴백 통로로 전락했다는 비난도 많다. 논란 연예인들도 이슈와 시청률에 급급한 종편을 발판 삼아 재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강용석 전 의원이 JTBC에 출연해 ‘썰전’과 ‘유자식 상팔자’를 인기 프로그램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다”며 “다른 종편들이 강용석씨의 사례를 보며 ‘이슈화=시청률’이라는 공식에 손을 들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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