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1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미국 잭슨홀 미팅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한은 관계자는 17일 “이 총재 대신 서영경 부총재보가 잭슨홀 미팅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잭슨홀 미팅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산하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1982년부터 매년 8월 와이오밍주 휴양도시인 잭슨홀에서 개최하는 연례 경제 심포지엄.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통화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경제 석학들이 세계 경제 전망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자리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통화정책의 윤곽을 가늠하는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잭슨홀 미팅에서는 재닛 옐런 Fed 의장,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이 연설에 나선다.
Fed가 금리인상 시점을 놓고 저울질하는 등 전세계 통화정책의 중대 변곡점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 이 총재가 불참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공개된 공식 외부일정이 없음에도 이 총재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통화당국자들과 교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저버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이는 재임기간 중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잭슨홀 미팅에 참석해 온 김중수 전 총재와는 180도 대비되는 행보. 김 총재는 잭슨홀 미팅은 물론이고 임기 4년간 73차례 1년에 가까운 355일을 해외출장에 할애하면서 “불필요한 출장이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이 총재의 잭슨홀 미팅 불참이 김 전 총재와 차별화된 행보를 통해 국내외 일정을 균형 있게 가져가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잭슨홀 미팅의 주제가 통화정책이 아니라 고용과 노동”이라며 “더구나 내달 초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이는 국제결제은행(BIS) 총재회의에 참석할 것인 만큼 굳이 잭슨홀 미팅까지 연달아 참석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 전 총재를 제외하면 역대 한은 총재가 잭슨홀 미팅에 참석한 것은 단 두 차례(2001년 전철환 전 총재, 2003년 박승 전 총재)였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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