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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평양 봉수교회

입력
2014.08.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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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고 김일성 주석 외가가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외할아버지 강돈욱은 지금의 평양 만경대구역에 해당하는 평남 대동군 용산면 하리 칠골 마을에 있었던 하리교회 장로였다. 그의 둘째 딸로 김일성의 어머니인 강반석은 이 교회 집사였다고 한다. 어린 김일성은 어머니를 따라 이 교회에 다녔다. 강돈욱은 일본 중앙대를 나온 6촌동생 강양욱 목사와 함께 칠골에 근대적 사립학교인 창덕학교를 설립, 후진 양성에 힘 썼다. 강양욱은 이 학교에서 담임으로 김일성을 가르치기도 했다.

▦ 북한 매체들은 6ㆍ25 때 폭격으로 파괴됐던 이 교회가 1992년 11월 같은 자리에 칠골교회라는 이름으로 재건됐다고 전한다. 김일성이 박정희 정권 때 외무부장관을 지낸 뒤 월북한 최덕신을 만난 자리에서“예전에 어머니 손을 잡고 주일학교 다녔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한 게 계기가 됐다고 한다. 강반석이 다녔다 해서 반석교회라고 불리기도 하는 칠골교회는 방북 남측 기독교 인사들이 종종 예배를 봐 매스컴을 탔다. 그러나 칠골교회보다 크고 우리에게 더 알려진 교회는 같은 평양 만경대구역에 있는 봉수교회다.

▦ 1988년 9월 건립됐고 2008년 남한의 한 교회단체 지원으로 1,200명이 예배를 볼 수 있는 규모로 증축됐다. 신자는 300명 정도로 알려진다. 두 교회 외에 북한에는 평양제일교회, 포평교회 등 당이 인정하는 교회가 있으며 평양 과기대에는 채플식 대학교회가 있다. 문제는 종교자유가 인정되지 않는 북한에서 이들이 과연 진짜 교회냐는 것. 일부에선 남측 교회의 지원을 받는 창구이거나 대외행사용 가짜 교회라고 주장한다.

▦ 그러나 성경을 읽고 찬송을 하는 목회자와 신자들이 있는 한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며 남북 교회간 교류와 협력에 열심인 기독교인들도 있다. 15일 봉수교회에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NCCKㆍ총무 김영주 목사)와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이 ‘8ㆍ15 한반도 평화통일 남북공동기도회’를 가졌다. 조그련의 강명철 위원장은 강양욱 목사의 손자로 아버지 강영섭 목사에 이어 3대째 목회자다. 마침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 남북 화해를 강조하고 있다. 봉수교회의 실체야 어찌됐든 3년 만에 정부의 방북 승인 하에 성사된 남북공동기회가 남북관계에 희망의 계기가 되면 좋겠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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