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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 교황, 부자 교회

입력
2014.08.1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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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신부 시절부터 빈자와 약자의 편이었다. 방한 첫날인 14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30여명의 주교들을 만난 교황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한국 교회가 연대해야 한다”고 했다. 선교를 명분으로 권력ㆍ부를 좇아선 안 된다는 경계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부 시절부터 빈자와 약자의 편이었다. 방한 첫날인 14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30여명의 주교들을 만난 교황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한국 교회가 연대해야 한다”고 했다. 선교를 명분으로 권력ㆍ부를 좇아선 안 된다는 경계다. 사진공동취재단

면세는 종교의 특권이다. 소득세를 안 내니 재산을 가늠하기 어렵다. 성역 속에서 부를 쌓고 세습하는 성직자가 많다. 빈자를 위해 교회가 있다는 게 교황 훈계다. 세금이 나눔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교와 인종의 장벽을 넘어 사랑과 존경을 받는다. 교황이어서가 아니다. 자신의 종교적 가르침을 삶으로 증명하는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 교황청 자체가 막강한 거대 권력인 데다 한없이 높은 자리가 되어버린 교황에게 ‘빈자(貧者)들의 성인(聖人)’인 아시시의 성(聖) 프란치스코(1182~1226)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로 거기서 출발한다. 사랑과 청빈(淸貧)을 합친 영성(靈性)을 실천한 성 프란치스코의 정신이 부활해야 교회가 살 수 있다는 통절한 인식이다. (…) 프란치스코 교황의 힘은 소박한 일상의 실천에서 나온다. (…) 낮은 데로 임하기는커녕 높다란 종교 권력의 성(城)을 쌓아 왕 노릇 하는 한국의 종교 지도자들과 대조된다. (…) 오늘의 한국 종교가 쇠락(衰落)하는 것은 성직자와 신자(信者)들의 삶이 자신의 종교를 증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한국의 종교 지도자들은 세상을 가르치려 하기 전에 먼저 소득세부터 내야 한다. 궁궐 같은 성전(聖殿) 건축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자기 종파에 쌓아놓은 재산을 소외된 사람들과 사회로 돌려보내야 한다. 성직자들은 자신들의 호의호식(好衣好食)을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민중이 그토록 사랑하는 까닭은 그가 민중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무릇 모든 믿음은 믿는 자의 삶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한국 종교계가 배울 것(조선일보 기명 칼럼ㆍ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 전문 보기

“우리가 우는 자와 함께 울고, 아파하는 자와 함께 아파해야 하는 까닭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체제적ㆍ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생겨난 아픈 사람들은 마땅히 온 사회가 달려들어 치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과 사회는 정신의 아픔을 치료해 줄 영적 치료자와 몸의 아픈 곳을 치료할 의사와 공동체의 아픈 곳을 치료할 공적 지도자와 지식인들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 세상이 물질중심이라면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종교가 마땅히 먼저 나서야 한다. 하나 이 땅의 종교는 세상 못지않게 물질적이다. 하나님의 것인 교회를 사고팔고 세습하며, 교회의 규모 및 목자들의 빈부격차와 양극화가 세상보다 더 크고, 대형 교회의 재산 분쟁과 세습 추문이 끊이지 않는다. 분파도 세상 어떤 영역보다 많으며, 교회의 설립과 해체 주기가 자영업 창ㆍ폐업 못지않고, 목자 배출 체계 및 취업경쟁이 세상 대학보다 더 치열하며, 수입에 대한 세금조차 내지 않는다. (…) 교회가 먼저 물질에서 내려오라. 교회 재산 완전 헌납과 공유화, 교회 회계 공개, 세습 절대 금지, 목회자 급료 형평화, 목회자 세금 납부, 미자립ㆍ중소 교회와 대형 교회의 상생을 실행해 교회가 먼저 교리를 실천하여 물질과 차별이 아니라 구원과 상생의 길을 간다면 그때 세상도 교회로부터 배우려 할 것이다.”

-한국 교회는 구원받을 수 있을까?(6월 13일자 중앙일보 ‘중앙시평’ㆍ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 전문 보기

아우르는 철학이 없어 잡다하다. 최경환표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다. 당연한 결과다. 기대 심리 조장이 목표였다. 실세 손에 들린 큰 보따리면 달성이 가능했다. 이제 선거는 멀었다.

“144+372+111=627. 최근 20일간 기획재정부가 생산한 정책 자료 페이지 수다. (…) 원래 자료 양이 많기로 유명한 기재부지만, 경제정책방향(7월 24일) 세법개정(8월 6일) 서비스업 육성 대책(12일)에 이르기까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밀린 방학숙제 하듯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긴 627페이지를 150자 정도로 요약하면 이렇다. ‘전(全)방위 경기부양을 위해 돈(41조원)은 있는 대로 풀기로 하고, 규제 역시 왕창 푼다. 10년 넘게 사회적 갈등이란 벽에 갇힌 서비스산업은 정면 돌파한다. 비정규직을 챙기고, 기업의 이익이 가계로 흘러가도록 참신한 가계소득증대세제 3종 세트를 곁들인다.’ 성장론자의 원칙에 분배까지 살짝 가미한 셈이다. 그러나 구구한 부연 설명과 복잡한 셈법을 살펴보면 과연 정책의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스럽고 헷갈리는 대목이 여럿 눈에 띈다. 폐기되거나 미뤄진 정책들이 버젓이 되살아나는 놀라운 경험도 할 수 있다. 너무 많은 걸 담으려는 의욕이 앞서다 보니 양만 잔뜩 늘어난 꼴이다. (…) 분위기는 띄웠으니 이제 정책의 양은 좀 줄이고 보다 근본적인 구조 개혁에 치중했으면 한다. 최 부총리가 “감히 나랑 비교하느냐”고 했던 아베노믹스조차 일본 국민에게 숫자 ‘2’(2년 내 물가상승률 2%, 2020년까지 실질성장률 2%, 임금 인상 2% 등)로 기억된다고 하지 않는가.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에는 그런 간단명료함이 없다. 을밀대라는 냉면집이 있다. ‘양마니’(양 많이)라고 하면 같은 값에 면을 더 얹어준다. 냉면이야 양이 많으면 배라도 부르지, 정책은 양이 많으면 머리만 아프다. 사람들이 알아서 먼저 “양 많이”라고 외치도록 정책에 맛을 내기 바란다.”

-양마니 정부(한국일보 ‘36.5°’ㆍ고찬유 경제부 기자) ☞ 전문 보기

“‘초이노믹스’란 말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걸 보며 나는 의아했다. 왜 근혜노믹스라고 하지 않을까. 설마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 다루는 힘이 박근혜 대통령보다 세다는 말인가. (…) 새 정부 원년의 경제 정책은 그야말로 갈팡질팡, 여론 따라 춤추기 일쑤였다. (…) 이러니 특정 방향성을 의미하는 무슨 노믹스라는 이름을 붙이기 어려웠다. 그때 우리 모임의 생각은 ‘근혜노믹스는 없다’거나 ‘근혜노믹스는 아직 없다’는 쪽으로 모아졌었다. 그건 흡사 점심 메뉴를 고르고 고르다 ‘아무거나’로 선택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초이노믹스는 어떤가. 사실을 말하자면 내겐 ‘아무거나’의 완결판처럼 보였다. 아예 처음부터 고민 없이 “이 정부 경제정책 메뉴는 ‘아무거나’로 하지”라고 말하는 당당함. 그 당당함이 근혜노믹스를 이름 바꿔 ‘초이노믹스’로 부르게 한 건 아닐까. (…) ‘아무거나’의 본질은 ‘당장 배만 부르면 된다’다. 맛ㆍ건강ㆍ분위기 따위는 저리가라다. 짜장이든 짬뽕이든 볶음밥이든 상관없다. 초이노믹스의 본질은 뭔가. ‘당장 경제만 살아나면 된다’다. 그래서 나온 게 주가ㆍ부동산 띄우기의 종합 경기부양책일 것이다. 재정을 동원한 마중물 붓기, 기업에서 돈을 뜯어내는 기업소득환류세제와 진보 쪽에서 주장해 온 소득주도 성장까지 망라했다. 당장은 잘 작동 중이다. 많은 전문가들의 반론과 걱정에도 주가는 오르고 부동산은 꿈틀거린다. (…) 문제는 유효기간이다. 초이노믹스는 언제까지 잘 굴러갈 수 있나. 경제가 심리라면, 일단 올 연말까진 잘 굴러갈 것이다. 정책의 모순과 결함을 지적하는 반대론자들까지 초이노믹스의 성공을 기원하기 때문이다. (…) 그런 열망의 힘은 몇 개월 더 초이노믹스를 지탱해 줄 것이다. 아무거나를 선택했으니 이왕이면 배라도 부르길 기대하는 심리와 같다. 배를 불린 뒤 받아든 청구서가 비싸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초이노믹스’의 유효기간(8월 14일자 중앙일보 ‘이정재의 시시각각’ㆍ논설위원) ☞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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