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런, 루이즈, 진 지음·안진희 옮김
심플라이프 발행·276쪽·1만3,000원
여기 세 여자가 있다. 각자의 생활 방식에 만족하며 인생의 절반 가까이 달려온 이들이다. 오랜 결혼 생활을 유지하다 이혼하고 싱글로 살아온 공통점도 있다. 편하게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던 그들이지만 중대 결정을 한다. 바로 동거 즉 공동주택에서 협력생활을 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가족과도 함께 살지 않는 미국인들이 노후를 친구와 함께 하기로 한 건 순전히 고양이 비어즐리 덕분이다. 비어즐리를 키우는 캐런이 일 때문에 고양이를 루이즈에게 맡겼으며 당시 결혼생활을 막 정리한 진이 합류하며 동거에 도장을 찍었다.
책은 세 사람이 10년 동안 한 집에 살면서 얻은 생활의 노하우와 지혜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경험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그렇다고 신변잡기 에필로그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집을 알아보고 집값을 분담하는 것에서부터 의사결정, 대화방식, 계획세우기, 타협하기 등 대소사를 함께 하는 과정을 꽤 진지하게 엮어냈다. 책은 우리가 궁금해할 법한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강조하기보다 ‘누구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에 포커스가 맞춘다. ‘누구와 살 것인가’가 책의 제목인 점이 그렇다.
40~50대 중년 여성들의 합리적 사고도 엿볼 수 있다. 자산보호하기(법률협약서 작성), 냉철해지기(협동주택 파트너십 협약서), 재산소유권 보유 방법 이해하기, 주택 매매 협상하기, 공평한 분담금 계산하기, 보험가입하기 등의 방법과 절차를 설명한 내용은, 배려를 중시하는 한국 정서와는 맞지 않아도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선택으로 읽힌다. 컨설턴트 겸 작가인 캐런, 임상심리학자 루이즈, 전문간호사이자 사업가 진이 생각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책을 썼다. 이들은 지난 10년의 동거생활을 “행복했다”와 “잘한 결정” 등 긍정적으로 정리한다.
한국에도 공동주택인 셰어하우스가 유행하고 있기에 책 내용 중 공감 가는 부분이 적지 않다. 독자들은 첫 장을 넘기는 순간 집들이 초대장을 받고 어리둥절할 것이다. 하지만 세 사람의 집인 섀도론과 그곳 일상을 드러낸 사진 등을 보며 셰어하우스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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