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팬택 C&I 수백억원대 회사채 보유
자금손실 땐 토토 운영 어려움 예상
휴대폰 제조업체 팬택이 지난 12일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발행 수탁사업자 선정사업도 유탄을 맞고 있다.
박병엽(52) 전 팬택 부회장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팬택C&I가 차기 스포츠토토 사업자로 발을 ‘깊숙이’ 들여놓고 있기 때문이다. 팬택C&I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팬택의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법원이 팬택의 법정관리를 받아들이든, 기업청산절차를 밟든, 팬택C&I가 대규모 자금 손실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스포츠토토는 당초 지난 5월 차기 수탁사업자 선정 공개 입찰에서 케이토토(웹케시 컨소시엄)에게 우선 협상권이 있었다. 그러나 2순위에 그친 팬택C&I(해피스포츠 컨소시엄)측이 6월말“입찰 절차에 중대 하자가 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케이토토의 입찰은 무효이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또한 무효”라고 팬택C&I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추후 입찰과 관해서는 해피스포츠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대해 법원 안팎에선 “이해당사자를 콕 집어 우선협상자로 뒤집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라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스포츠토토의 차기 사업자 선정 입찰을 주관한 서울지방조달청이 웹케시 컨소시엄측과 법원의 결정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지난 6일 1차 심리에 이어, 20일 2차 심리가 예정돼 있다. 조달청 관계자는 “이의신청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달청이 국가를 대신해 소송을 진행하기 때문에 (기각되면) 항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본격 법정 공방으로 스포츠 토토 사업이 자칫‘산으로 가는’ 형국을 예상할 수 있다.
스포츠토토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체육진흥공단에도 불똥이 떨어졌다. 공단은 현 사업자에게 10월말까지 사업 연장을 요청한 상태다. 지난 8월 말에 이어 두 번째 연장이다. 사업 연장에 따라 매달 10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도 부담해야 된다. 이는 공단측이 차기 사업자와 협상중인 수수료보다 두 배 많은 금액이다. 결국 매달 50억원씩 손실이 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공단측은 법원이 조달청의 이의신청을 기각하면 곧바로 팬택C&I측과 수탁사업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한편 스포츠계에서는 박병엽 전 팬택 부회장이 스포츠토토를 발판 삼아 ‘패자부활’을 꿈꾸는 게 아니냐는 눈길을 보내고 있다. 박 전 부회장이 자신의 전공분야인 IT와는 전혀 무관한 스포츠토토 수탁 사업에 뛰어 든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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