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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 미만 여아 가슴ㆍ9세 미만 남아 고환 커지면 성조숙증 의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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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 미만 여아 가슴ㆍ9세 미만 남아 고환 커지면 성조숙증 의심을

입력
2014.08.1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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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숙증은 치료 꼭 필요한 질환, 부모의 무관심에 적기 치료 놓쳐

또래의 사춘기 발달 시기 맞춰 줘 키 손상ㆍ스트레스 줄이는 게 목적

기름지거나 고열량 음식 피하고 일찍 자는 습관도 예방에 도움

성장클리닉에서 키를 재보고 있는 한 여자 어린이. 느닷없이 찾아온 성조숙증 때문에 자유로워야 할 신체를 관리ㆍ통제하게 된 아이들과 그 부모의 심정은 납덩이처럼 무겁기만 하다.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성장클리닉에서 키를 재보고 있는 한 여자 어린이. 느닷없이 찾아온 성조숙증 때문에 자유로워야 할 신체를 관리ㆍ통제하게 된 아이들과 그 부모의 심정은 납덩이처럼 무겁기만 하다.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서울 잠실동에 사는 주부 김지현(38)씨는 최근 딸과 함께 야외 수영장에 다녀온 이후 초등학교 2학년 딸 아이의 성장이 염려됐다. 요즘 들어 부쩍 키가 많이 자란데다 가슴에서 멍울이 만져지자 ‘혹시 내 아이가 성조숙증?’이라는 의심이 들었다. 김씨는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정확한 진단이 필요함을 느끼고 곧 아이와 함께 종합병원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처럼 최근 자녀의 성조숙증을 의심해 병원을 찾는 부쩍 늘어나고 있다. 실제 성조숙증으로 병원을 찾은 이가 2006년 6,438명에서 2010년 2만8,181명으로 5년 새 4.4배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성조숙증은 사춘기가 정상보다 매우 빨리 시작되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만 8세 미만의 여아에서 유방 발달이 시작되거나 만 9세 미만의 남아에게서 고환 크기가 커지는 경우를 말한다. 성조숙증은 아이들의 정상적인 신체 발달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외양이 또래 친구와 달라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심리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가슴과 고환 발달하면 성조숙증 의심을

성조숙증 초기 증상으로 여아는 가슴 멍울이 생기는 등 유방이 먼저 발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후 사춘기가 계속 진행됨에 따라 초경이 남보다 매우 일찍 시작한다. 남아의 경우 고환이 커진 후, 음경이 커지고 색깔도 짙어진다. 경우에 따라 성인 체취가 난다거나 이전에 비해 짜증이 늘고, 부끄러움이 많아진다. 이성이나 외모에 관심이 많아지는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저학년 아이에게서 이런 사춘기 징후가 발견되면 성조숙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다만 같은 나이라도 신체적 성장과 사춘기 발달 시기는 아이에 따라 다르므로 정확한 검진으로 사춘기 발달 상태를 평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춘기가 빨리 왔지만 정상 수준인지를 감별하려면 소아내분비 전문의의 진찰이 필수다. 이는 키, 몸무게 측정 등과 같은 신체 계측과 성장판(골연령) 검사, 혈액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다. 필요하면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GnRH) 자극 검사나 다른 원인질환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뇌자기공명영상(MRI), 복부초음파 검사를 추가로 시행한다. 일반적으로 신체 성장이 또래에 비해 매우 빠르거나 뼈 나이가 자기 나이보다 1년 이상 앞선다면 성조숙증으로 진단한다.

이영준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성조숙증 여자 어린이와 상담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 제공
이영준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성조숙증 여자 어린이와 상담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 제공

이영준 고려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성조숙증을 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해, 평소 자녀의 성장 이상 징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오히려 잘 성장하고 있다고 오해해 병원을 늦게 찾는 부모가 적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이 교수는 “성조숙증은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내분비계 질환으로, 증상이 의심되면 즉시 소아내분비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 성조숙증 여부와 종류를 확인해 봐야 한다”고 했다.

원인 모를 성조숙증, 사춘기 지연 치료 받아야

성조숙증 치료 목적은 또래와 사춘기 발달 시기를 맞춰, 최종 성인 키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신체 나이와 정신 연령간 괴리에서 오는 사회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다. 성조숙증으로 진단받으면 반드시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

성조숙증 치료는 원인질환에 따라 달라진다. 기질적인 원인을 발견할 수 없는 특발성 진성 성조숙증이 성조숙증 가운데 가장 많다. 이 경우 성선자극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해 사춘기를 늦추는 GnRH 유도체(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작용제), 주사치료를 4주 간격으로 시행한다. 사춘기 지연 치료는 장기간의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었으며, 치료받은 어린이들을 20년 이상 추적한 결과, 부작용이 거의 없고 발생해도 드물고 일시적이다. 또한 향후 임신 능력에도 지장이 없다고 밝혀졌다.

이 교수는 “사춘기 지연치료에 대한 오해로, 의학적 치료를 망설이는 부모가 간혹 있는데, 이는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게 하여 치료 예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성조숙증 치료는 성호르몬 농도를 사춘기 전 수준으로 줄여 조기 급성장을 막고 최종 성인 키의 손실을 줄여준다”고 했다. 그는 “아이의 신체와 정신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서는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균형 식사ㆍ규칙적 운동ㆍ충분한 수면이 예방

성조숙증 예방의 첫걸음은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몸에 좋은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다. 기름지거나 열량이 높은 음식은 가능한 피해야 한다. 또한 줄넘기나 스트레칭 등과 같은 운동을 1주일에 3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씩 규칙적으로 하면 좋다. 특히 비만 어린이는 지방세포에서 성조숙증을 촉진하는 호르몬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식이조절과 함께 규칙적인 운동을 통한 체중 조절을 해야 한다.

방학에는 생활리듬이 흐트러져 잠자리에 늦게 드는 어린이가 많은데, 밤늦게까지 깨어있으면 성호르몬을 억제하는 멜라토닌(수면 호르몬)의 분비가 감소되므로 일찍 자는 습관을 생활화해야 한다. 가능하면 일회용 용기 사용을 줄여, 환경호르몬에 노출이 덜 되도록 노력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성인용 화장품에도 여성호르몬이 함유돼 있으므로, 아이가 함부로 바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 교수는 “균형 잡힌 영양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등 신체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가져다 주는 요체”라고 강조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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