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SW 사용한 기업 제품 판금
36개 주에서 채택...확산 일로
국내 중기들 피해 보상 등 곤욕
불법 소프트웨어(SW) 사용을 막기 위한 미국의 불공정경쟁법(UCA)이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등장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 각 주로 급속하게 확산되는 UCA 때문에 국내 수출기업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 2010년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서 처음 제정된 UCA는 불법 SW를 사용한 기업의 제품을 미국 내에서 판매 금지 시키는 내용이다. 불법 SW로 원가를 부당하게 낮춰 이익을 얻는 행위를 공정경쟁 위반으로 본 법률이다.
특히 이 법은 필요한 불법 SW로 제품을 만든 사실이 확인되면 최고 25만달러의 벌금과 별도의 손해배상 및 제품 판매 금지 조치 등을 내릴 수 있다. 불법 SW를 사용하면 미국수출을 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 법을 도입하는 주들이 속속 늘어 2011년 워싱턴, 지난해 매사추세츠에 이어 올해 2월 기준 미국의 36개주가 이 법을 채택하고 있다. 해당 주들은 컴퓨터 설계나 디자인, 분석 등 특정 SW를 사용하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제품을 제조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정품 SW의 구매 기록을 확인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정품 SW의 구매 기록이 없으면 불법 SW를 사용한 것으로 본다.
심지어 불법 SW를 사용한 기업에서 만든 부품으로 제품을 만들면 해당 제품까지 덩달아 판매 금지된다. 그렇다 보니 해외 업체로부터 부품을 구매하는 미국업체들 쪽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정품 SW 사용 증명을 요구하기도 한다.
실제로 인도 의류업체 프라티바신텍스, 태국의 해산물 가공업체 나롱시푸드, 브라질의 항공기관련업체 엠브라에르 등이 이 법에 따라 미국 내 제품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 국내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국내 중소기업 4개사가 이 법의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아 피해보상에 합의했다.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 관계자는 “정품 사용이 취약한 일부 중소기업들이 미국서 곤란을 겪는 경우가 있다”며 “매출 1,000억원대 국내 중견기업도 미국에서 이 법의 적용을 받아 피해 보상을 했다”고 설명했다.
수출기업들은 이 법의 확산을 불순하게 보고 있다. 미국 정부와 SW기업들이 손을 잡고 이 법을 통해 미국산 SW 판매를 늘리려는 꼼수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미국 SW기업들은 불공정경쟁방지법에 맞춰 BSA 주관으로 베라펌(verafirm)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일종의 저작권 관리 포털 사이트인 베라펌(www.verafirm.com)은 회원 가입 후 보유하고 있는 정품 SW의 일련 번호를 등록하면 정품 사용 인증을 해준다. 이 인증을 받으면 제품 수출시 일일이 SW 구매 기록을 첨부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베라펌에 가입하려면 처음 회원 가입시 100만원 가량의 인증비를 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미국 SW업체들이 또 다른 돈벌이를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BSA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이 베라펌에서 인증을 받은 사례는 없다”며 “이제 홍보단계여서 문의가 많이 들어 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도 미국을 좇아 유사 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전세계적으로 불법 SW 단속이 무역과 연계돼 강화될 전망이다. SW 업계 관계자는 “유럽도 개별 기업뿐 아니라 EU 차원에서 법 제정을 추진하는 분위기여서 국내 기업들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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