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적 불명의 유령선이 부산항을 두 차례 드나든 사실을 확인해 한국 당국에 수사 협조를 요청하고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공개 수배령을 내렸다. 북한 의심 선박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미주한국일보에 따르면 미 해안경비대(USCG)는 지난 5월 8일 러시아 캄차카반도 동남쪽 공해에서 불법 어획 중인 선박을 발견했다. 숭가리(SUNGARI·사진)라는 이름을 한 이 선박은 시에라리온 국기를 달고 있었으나, 이미 지난해 7월 선박 등록이 취소된 국적 불명 선박이었다.
미측이 문제의 숭가리호를 같은 달 18일 러시아 인근 공해에서 다시 발견하고 헬기로 정밀 감시에 들어가자 이 선박은 급히 스텔라(STELLAR)로 선박 이름을 바꾼 뒤 캄보디아 국기를 게양했다. 추적을 계속하던 미측은 6월 3일 숭가리호가 부산항에 입항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한국 당국에 위법성을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미 당국은 또 같은 달 11일 인터폴을 통해 보라색 수배령(퍼플노티스)까지 내렸다. 인터폴 수배가 부산항 입항 8일 뒤 취해진 점을 감안할 때, 한국 당국이 숭가리호 억류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폴의 퍼플노티스는 8가지 수배령 중 하나로, 188개 회원국이 자국 해역이나 항구에서 문제 선박을 점검, 수색해 처벌할 것을 주문하는 방식이다.
영국 로이즈 선박 등기에 따르면 숭가리는 1989년 일본에서 건조돼 2009년 캄보디아, 이듬해 시에라리온 국적의 피닉스호로 등록됐으나 2012년 6월 이후부터는 국적 불명의 유령선으로 운항되고 있다. 세계 선박들의 위치를 추적하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은 숭가리호가 2012년 9월 부산항에 입항한 기록이 있으며, 현재 행적은 추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엔 소식통은 “북한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피하기 위해 가짜 국적 선박을 운항 중인 사실로 미뤄볼 때 숭가리호도 북한 선박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전문가위원회는 지난 4월 제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이 보유 선박의 국적을 제3국으로 바꿔 운항하는 사실이 적발됐다며 가짜 국적으로 시에라리온 캄보디아 벨리즈 등을 적시했다. 숭가리는 쑹화(松花)의 만주어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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