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 더불어숨센터 개관식 참석
3년 전 공연 수익금 기부하며 인연
"반려견 동행 쉬운 환경 만들어야 힘 닿는 데까지 동물·자연 보호"
성악가 조수미(52)씨가 버려진 동물들을 위한 아름다운 목소리를 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조씨는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때 성가를 부르기 위해 모든 일정을 미루고 방한했다. 그는 바쁜 일정에도 시간을 쪼개 13일 서울 서교동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더불어숨센터’ 개관식에 참석했다.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유기 동물과 활동가들을 위한 국내 첫 동물보호교육센터인 더불어숨센터와 조씨의 인연은 깊다. 3년 전 조씨가 콘서트 수익금 1억5,000만원을 센터 건립을 위해 기부하고 여기에 시민들의 지원과 참여가 더해지면서 결실을 맺은 때문이다.
조씨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동물보호법과 제도, 시민의식 등이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이를 개선하는데 가장 중요한 게 교육”이라며 “어린이들에게 동물사랑을 교육하는 공간을 도심에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씨의 반려동물 사랑은 유명하다. 해외 공연에 반려견들과 함께 다니기 위해 ‘개 여권’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모두 유기견들을 입양했다. 지금은 14살, 15살으로 노령견이 돼 함께 다니지는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반려견들은 저에게 굉장히 많은 웃음을 주었습니다. 집을 떠난 외로움과 무대 위 스트레스를 반려견들이 달래줬죠. 물론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땐 누군가에게 맡겨야 하고, 걱정해야 하는 책임감도 따랐지만 제겐 심리치료사들입니다.”
그가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부모의 영향이 컸다. 부모가 어렸을 때부터 유기견들을 길렀기 때문이다. 또 해외에서 활동하며 동물의 권리와 복지에 앞선 선진국들을 보고 우리의 동물 관련 제도나 교육 등도 보완됐으면 하는 생각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동물 사랑이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면 가지고 있는 연민의 정과 눈빛, 쓰다듬어 주는 손길이면 됩니다. 동물은 자기방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동물 학대와 방치는 어린이 학대만큼이나 심각한 일입니다.”
조씨는 동물을 버리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그만큼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부분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여름 휴가철 유기견이 많아졌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피서지, 숙박시설, 레스토랑에 반려견을 데리고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돼 있지 않은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육의 힘을 강조한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다. 15일 교황 앞에서 대전 교구 성가대 300여명과 ‘파니스 안젤리쿠스(생명의 양식)’를 부르는 그는 “너무 떨리고 가슴이 뛴다”며 “몸을 사리지 않고 실천하는 그분이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말씀하시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반려동물 보호와 함께 장애인 재활병원에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인권도 향상됐지만 동물, 자연보호와 장애인 보호에서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힘 닿는 데까지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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