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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대사관에 20㎡ 남짓한 숙소 검소·소탈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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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대사관에 20㎡ 남짓한 숙소 검소·소탈 그대로

입력
2014.08.1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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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첫 미사엔 직원 10여명만 참석

14일 오전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내 집무실 겸 숙소로 사용될 청와대 인근 서울 궁정동 주한교황청대사관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4일 오전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내 집무실 겸 숙소로 사용될 청와대 인근 서울 궁정동 주한교황청대사관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의 검소하고 소탈한 성격은 그가 4박 5일 방한기간 동안 묵을 숙소와 방한 후 가진 첫 미사를 통해서도 읽을 수 있다.

교황의 숙소는 서울 궁정동 주한교황청대사관에 마련했다. 지은 지 50년가량 된 낡은 2층 건물로, 교황은 대사관 내 20㎡(6평) 남짓한 소박한 크기의 침실에서 생활한다. 작은 방 크기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은 침실 내 단출한 가구다. 교황 침실에는 침대와 옷장, 탁자만 놓여있는데 국내 유명 침대 제조업체가 교황이 사용할 침대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대사관 측이 이를 거절했다. 현재 이 방의 주인은 주한교황청 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로, 교황은 오스발도 대사의 침대와 옷장을 그대로 쓸 계획이다. 이 방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84년과 1989년 두 차례 방문했을 때 지냈던 곳이기도 하다.

방한 후 가진 첫 미사에서도 교황의 소탈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교황은 숙소에 도착한 직후인 낮 12시 대사관 1층의 작은 성당에서 비공개로 개인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청 대변인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나는 오랜 비행으로 좀 피곤했는데, 교황은 놀랍게도 굉장히 컨디션이 좋았다”며 교황이 한국에서 가진 첫 일정이 순조로웠다고 밝혔다.

이날 미사는 오스발도 대사를 비롯해 교회시설관리인과 청소부 등 대사관 직원 10여명만 참석해 조촐하게 진행됐다. 대사관 직원들은 평소 오전 근무 후 퇴근하지만 이날은 교황과 함께 미사를 본 후에도 오후 늦게까지 대사관에 머물렀다.

미사는 30분 안팎의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됐다. 롬바르디 신부는 “개인미사는 스페인어에 능숙한 수녀들을 배려해 이탈리어와 스페인어로 진행됐다”며 “’용서와 화해’라는 주제로 유머러스한 강론도 이어졌다”고 밝혔다. 미사를 마친 후 교황은 직원들을 일일이 격려하고 이들에게 교황 문장이 새겨진 ‘교황 묵주’를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사관 주변에서는 교황이 도착하기 전부터 천주교 신자 등 200여명이 모여 ‘프란치스코 교황님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교황을 환영했다. 이들은 복음송을 부르고 기타, 탬버린 등의 악기를 연주하며 교황을 기다리다가 교황 차가 나타나자 환호를 보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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