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ㆍ성장의 남은 동력은 서비스업
거대한 소비시장 중국에 주목해야
중국 전문가 대량 양성 필요한 시기
얼마 전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에 들렀다가 ‘xx 整形外科’라는 병원 간판을 보고 원장에게 물었다. 整形外科(정형외과)는 뼈를 다친 사람들이 오는 곳인데 혹시 成形外科(성형외과)를 잘못 쓴 것 아니냐”고. 원장은 “중국에서는 성형외과를 整形外科라고 쓴다”면서 “중국인 고객이 많아 대부분 강남의 성형외과가 이렇게 표기한다”고 했다. 하긴 성형수술이 코뼈 광대뼈 턱뼈를 깎아내는 수준이니 정형이라고 해도 틀린 건 아니겠다. 병원 내부 안내 간판에도 手術中心(수술중심ㆍ수술센터) 등의 병원용어를 한글과 중국식 한자로 병기해 놓았다. 중국어 통역을 고용하는 경우도 있고, 필요할 때마다 수시 호출할 수도 있다고 했다.
요즘 서울 명동거리나 롯데백화점 근처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을 흔히 본다.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는 중국인들이 내국인보다 훨씬 많은 듯하다. 중국인을 실은 관광버스가 줄지어 있고 경찰이 교통정리를 할 정도다. 대형 중국어 백화점 현수막들이 관광객의 눈길을 잡는다. 지하철을 타도 중국어 안내방송이 나온다. 중국어 도로표지판이나 대중교통 안내판도 확충될 모양이다. 한때 명동거리는 일본인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전후로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중국인 차지가 됐다.
한국에 중국 바람이 거세다. 각종 통계도 이를 보여준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05년 71만명에서 지난해 433만명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600만명에 이를 전망이고 머지않아 1,000만명을 훌쩍 넘을 것이다. 중국관광연구원은 올해 중국인 해외관광객이 1억1,6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 전체 인구 정도가 해외로 관광을 다니는 셈이다. 이들이 해외에 뿌리는 돈만도 162조원이란다. 홍콩과 마카오를 제외하면 지난해 중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은 곳이 한국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에는 내국인보다 중국인 매출 비중이 더 높은 매장까지 등장했다. 2014년 상반기 중국 은련카드 매출을 분석한 결과, 중국인 매출비중이 50%가 넘는 매장이 ‘MCM’, ‘라인프렌즈스토어’, ‘모조에스핀’, ‘지고트’ 등 4개였다. 또 올해 상반기 중국인 매출 비중은 15%로 2010년 1%에서 15배나 증가했다. 중국어 구사하는 직원이 300여명이고, 외국인 전용 ‘Global Lounge’도 개설했다.
사실 정부가 그제 발표한 6개 유망서비스산업 투자활성화 대책 중 그나마 실효성이 있을 법한 분야는 관광 쪽이다. 영종도와 제주도 4개 복합리조트사업의 성패도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달렸고, 외국 영리법인 설립을 통해 2017년까지 50만명의 해외 환자를 유치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싫든 좋든 중국은 우리에게 차세대 성장동력을 제공할 나라다. 제조업과 수출을 통한 경쟁력은 한계에 봉착했다. 대신 서비스업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성장을 유지하려면 중국을 지목할 수 밖에 없다. 우리 교역규모에서 중국은 이미 미국을 앞질러 1위에 올라있다. 한국 방문 관광객 수에서 보듯, 중국은 우리의 생산기지를 뛰어넘어 이제 소비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웨이하이(威海)에서 닭이 울면 인천에서 들린다고, 중국과는 담벼락을 넘나드는 거리다. 인구 14억명의 중국의 도시 인구는 8억5,000만명으로 미국과 유럽 인구를 합한 숫자다. 인터넷가입자 6억명, 모바일가입자가 12억3,000만명이다. 6억명이 넘는 인구가 빈곤에서 벗어났고, 중산층의 수가 미국 인구보다 많다. 이보다 좋은 황금어장은 없다. 용(龍)이 될 수 없으면 용의 등에라도 올라타라고 했다. 그래야 승천(昇天)할 수 있다. 그나마 중국이 용트림을 하기 전이라야 가능할 것이다.
중국전문가 전병서 중국금융경제연구소장은 저서 한국의 신국부론에서 “중국의 상위 5%의 부자 6,500만명의 식탁과 옷장을 장악하면 한국의 4,500만명이 행복하게 살 수 있고, 2억명의 중국 노인들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으면 4,500만명이 30년은 편하게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을 배우던 1980년대, 미국을 따라 하던 2000년대는 갔고 이제는 미국과 일본에서 배운 노하우를 중국에 팔 때가 왔다”며 “100만명 이상의 중국 전문가를 양성하자”고 제안한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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