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프리 보가트의 연인으로 유명한 미국 여배우 로렌 바콜(사진)이 12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89세.
1942년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한 바콜은 부업이던 패션모델로 찍은 잡지 사진이 명감독 하워드 혹스의 부인의 눈에 띄어 ‘소유와 무소유’(1944)로 데뷔했다. 베티가 본명이었던 바콜은 혹스 감독에게 발탁된 뒤 로렌으로 개명했다. 혹스의 부인 낸시가 바콜의 할리우드 적응을 도왔다. 바콜의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와 강인하고 독립적이며 우아한 이미지는 낸시의 작품이었다. .
데뷔작에서 함께 출연했던 25세 연상의 보가트와 사랑에 빠진 바콜은 갓 스물이던 1945년 결혼해 1957년 보가트가 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두 자녀를 키웠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바콜의 연기 활동은 눈에 띄게 줄었다. 1950년대 마지막 작품인 ‘노스 웨스트 프론티어’ 이후 1988년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재개하기까지 찍은 영화는 9편에 불과했다. 바콜은 1961년 배우 제이슨 로바즈와 재혼했으나 8년 만인 1969년 남편의 알코올중독으로 이혼했고 이후 결혼하지 않았다.
70년에 이르는 연기 경력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에서 공로상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 특정 영화로 받은 연기상은 1997년 ‘미러 해스 투 페이시스’로 수상한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브로드웨이에서는 뮤지컬 ‘갈채’(1970), ‘우먼 오브 더 이어’(1981)로 두 차례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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