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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재등용의 가치, 세종대왕에게 배워라

입력
2014.08.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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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에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을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1만 시간은 자지도 먹지도 않고 417일을 보내야 한다. 417일은 1년 2개월쯤 되는 시간이다. 평균 수명이 70년 이상인 우리에게는 길지 않은 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한 분야에서 1만 시간을 종사하려면 매일 3시간씩 꼬박 10년을 보내야 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듯 우리 사회는 자신의 분야에서 실력을 쌓은 사람을 전문가로 인정하고 신뢰한다. 이를 ‘신뢰의 권위’라고 한다. 전문가에 대한 신뢰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법정에서도 ‘전문가 증언’을 통해 판사와 배심원에게 재판과 관련한 증거를 이해시키거나 사실을 판단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신뢰가 깨졌을 때다. 사람들은 더 이상 전문가를 믿지 못하고 그들을 의심하게 된다. 특히 내가 알지 못하는 정보를 그들이 독점하고 기득권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은 불안감과 분노로 확대돼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하게 된다. 최근 여러 비리와 사건을 통해 등장한 신조어인 ‘관피아’ ‘공피아’ ‘마피아’ 등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전문가들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정부는 이를 척결하기 위해 강력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아예 관련기관 종사자의 재취업을 막는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당연한 결과다.

전문가들이 국민의 신뢰와 자신의 전문성을 부정적으로 이용했다면 그에 대한 처벌은 분명히 있어야 한다. 스위스의 철학자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이 말한 것처럼 신뢰는 거울의 유리와 같은 것이어서 금이 가면 원래대로 될 수 없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일부의 부정적 부분을 전문가 모두에게 확대해 그들이 수 십 년간 쌓은 소중한 재능과 경험을 발휘할 기회를 박탈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조선시대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세종대왕은 “인재의 종류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말을 한다 해도 모두 열거하기 힘들다”고 했다. 수많은 인재 중에서도 그 자리에 맞는 인재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세종대왕은 정승, 판서 등 주요 요직에 인재를 등용할 때 친분 등을 배제하고 먼저 조건을 세우고, 그 조건에 맞는 인물을 찾았다. 조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일을 잘 할 수 있느냐’, 즉 실력에 최우선 가치를 뒀다. 지금 우리의 인사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일부 전문가들의 문제와 그들의 전문성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안전한 줄타기를 위해서는 어느 한 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지나친 기우(杞憂) 때문에 가장 중요한 전문성을 놓친다면 결국 모자란 상황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웃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긴 불황을 빠져 나오는데 엄청난 국력을 소모했다. 우리 경제도 올 초 까지만 해도 저성장, 저물가, 경상수지 과다, 축소균형 등 불황의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 한 명이 이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정책을 일컫는 ‘초이노믹스(choinomics)’란 표현이 이를 증명한다.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정책집행에 글로벌 경제시장이 화답하고 있다. 최 부총리 취임 후 부동산, 증권 등 우리 경제에 곳곳에 생기가 돌고 있다.

전문가들이 10년 이상 수많은 경험을 통해 습득한 능력을 사장시킨다면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그들이 가진 전문성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적절한 예방책을 찾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전문가 모두를 부도덕하고 부패한 집단으로 매도할 것이 아니라 ‘누가 최고의 전문성과 직업적 책임감, 그에 합당한 도덕성을 가지고 있는가. 지금 그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생각해 볼 때다.

이종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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