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군수실 거액 들여 새 단장 눈총
전남 보성군이 민선 6기가 출범하자마자 거액을 들여 멀쩡한 군수 집무실을 옮겨 단장해 눈총을 사고 있다.
13일 보성군에 따르면 정종해 전임 군수가 사용했던 본관 2층 집무실을 기획예산실로 변경하고, 기획예산실을 신임 이용부(62) 군수 집무실로 교체했다.
군수실 이전 공사에는 건축비 7,200만원과 통신ㆍ전기시설비 5,400만원 등 모두 1억2,600만원이 들었다. 군은 군수 전용화장실을 새로 만들고 냉ㆍ온수 및 오수 배관, 실내 내장, 바닥 보수 등 공사를 했다.
보성군 관계자는 “별관 1층 민원실과 인접한 곳에 군수실과 직소민원실을 마련해 쟁점 민원사항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주민에게 가깝게 다가서기 위해 군수실을 옮겼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청 안팎에서는 전임 군수의 흔적 지우기이자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 맞바꾼 군수실과 기획예산실 사이 거리는 30m에 불과해 ‘민원인에게 좀 더 다가서기 위해 집무실을 옮겼다’는 보성군의 설명은 궁색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성군 A공무원은 “새로운 군수가 들어설 때마다 집무실을 바꾼다고 달라진 게 있겠느냐”며 “최신 시설로 바꾼 지 3년 밖에 안 된 군수실을 옮기고 새롭게 꾸민 것은 전임 군수의 흔적 지우기 아니냐”고 꼬집었다. 주민 김모(58)씨는 “집무실 공간을 단순히 물리적으로 옮겨 놓은 것 때문에 민원인과 소통이 잘 될 것이라는 발상은 낡은 권위주의적 행태이고 전형적인 혈세 낭비”라고 비판했다.
특히 보성군은 이전공사비가 예산에 편성돼 있지 않아 그동안 세워둔 각종 시설비와 수선비를 멋대로 쪼개 급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군수집무실 면적이 부속실을 포함해 안전행정부가 제시한 99㎡를 초과하자 기준을 맞추려 실제 사용하는 부속실 공간을 대외적으로는 공간이 없는 것처럼 꾸미는 등 편법도 동원했다.
보성군 관계자는 “군수실과 민원실의 동선을 단축시키기 위해 집무실을 옮겼으며, 부속실은 새로 신설될 직소민원실과 공간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집무실 면적에 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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