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간 20주년 기념 토지학회 창립
단일 작품 내세운 학회는 국내 처음
초대 회장에 최유찬 연세대 교수
연구 체계화ㆍ번역 활성화 힘 쏟기로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의 완간 20주년을 기념해 토지학회가 13일 창립됐다. 작가가 아닌 단일 작품의 명칭을 내건 학회 창립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1969년 ‘현대문학’에 연재를 시작해 1994년 8월 15일 마침표를 찍은 ‘토지’는 반세기에 걸친 한국의 근현대사를 집대성한 우리 문학의 자존심이자 보고로 꼽힌다. 토지학회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각도로 조명되고 있는 ‘토지’ 연구를 모아 체계화하고 그 동안 부진했던 번역 작업을 활성화해 세계적인 작품으로 발돋움할 초석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토지학회 창립준비위원회는 이날 오후 1시 연세대 연세ㆍ삼성학술정보관 7층 장기원국제회의실에서 창립총회 및 학술대회를 열고 초대 회장으로 최유찬 연세대 국문과 교수를 선출했다. 대표적인 ‘토지’ 연구자인 최 교수는 박상민 가톨릭대 교수, 이상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등 다른 연구자들과 10년에 걸쳐 기존 판본의 오류 6,000여 개를 바로 잡은 ‘토지 정본’을 2012년 출간했다. 이 모임을 기반으로 시작된 토지학회에는 이덕화, 최유찬, 정호웅, 김종회, 우찬제, 이승하, 이상진 등 ‘토지’ 연구자 50여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 문학평론가 김병익, 정현기 전 연세대 교수, 조남현 서울대 명예교수,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 등 원로 평론가들이 고문으로 동참했다.
김병익 평론가는 개회식에서 “’토지’는 한민족의 대표 문학이라 할 수 있지만 아직 연구돼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학회 창립을 반기지 않을 수 없다”며 “한 작품을 두고 여러 연구자가 서로 비교하며 집중 탐구하는 사례는 문학 선진국에서도 매우 드문 시도”라고 평가했다. 황현산 교수는 “나라마다 대표 작가가 있고 그 나라 문학의 입구가 되는 작품이 있다”며 “’토지’는 한국인들의 모든 정서와 풍습, 한국 언어의 역량 전체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국 문학의 보고이자 광맥”이라고 평했다.
학회는 앞으로 연 2회 학술대회를 열고 학술논문집 ‘토지 연구’를 발행할 예정이다. 지지부진한 번역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학회의 주요 관심사다. 최 교수는 창립총회를 겸해 열린 학술대회에서 “’토지’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로 번역됐다고 하지만 대부분 1부를 번역하는 데 그쳤거나 도중 작업이 중단됐다”며 이를 ‘토지’가 세계문학이 되는 데 첫 번째 장애물로 꼽았다. 그는 “세계문학의 범주에 들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토지’와 세계문학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규명해 문학적 담론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게 우리의 할 일”이라며 ‘토지’ 번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상민 교수는 “학회가 자체적으로 번역 작업을 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까지 번역의 문제점을 연구해 관심을 환기시키고 바람직한 번역의 방향을 제시하는 등의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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