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이달 17일로, 입원 100일째를 맞는다. 지난 5월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 회장의 입원이 장기화되면서 삼성그룹은 비상경영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 회장의 병세는 호전 중이란 게 삼성그룹측 설명이다. 이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회장님 건강은 여러가지로 호전되고 있다”며 “삼성병원 의료진들도 지속적인 회복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어 “본인 프라이버시와 관련이 있고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병세와 치료 방법을 설명할 순 없지만 회복 중인 신호는 분명하게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 측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주력사인 삼성전자 상반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그룹 안팎에선 위기감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 전반을 지휘하면서 총수 부재 공백을 최소화하는 모습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이 부회장이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 공백 기간 동안 3년 넘게 특허 전쟁으로 대치 중인 애플과 관계 개선을 모색해 미국 이외 지역에서의 공동 소송 취하 등의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뜨거운 감자’지적 받아왔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피해 노동자 보상 문제에 대한 대화 물꼬도 텄다. 지난달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 방문 시, 직접 시 국가 주석을 안내하는 등 대외부분의 보폭도 넓혀가고 있다. 이로 인해 이 회장의 입원에 따른 오너십 부재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상당부분 희석된 상황이다.
물론 난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핵심 부문인 스마트폰 고전으로 인한 삼성전자의 부진한 실적을 끌어 올려야 한다. 지난해 그룹 전체 순이익인 24조2,000억원 가운데 74%인 18조원을 가져올 만큼, 삼성전자의 비중은 상당하다. 또 차세대 성장 주력사업 창출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나가는 것도 시급한 숙제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진중인 유보금 과세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이미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검증무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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