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88위 부자 제임스 사이먼스
“제가 돈을 많이 번 건 수학 덕분이에요. 수학적 방법을 기초로 동시에 거래하는 방식을 적용해 상당한 이익을 냈죠. 수학은 금융분야뿐 아니라 생활의 다양한 측면에 도움이 됩니다.”
수학자 출신 세계적인 펀드매니저 제임스 사이먼스(76) 르네상스테크놀로지 명예회장은 13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세계수학자대회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갖고 수학의 유용성에 대해 강조했다. 미국 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자 순위 88위에 오른 결정적 비결이 바로 수학이라는 것이다.
그가 세운 헤지펀드 르네상스테크놀로지는 수학모델을 바탕으로 단기금융투자를 한다. 곳곳에서 주가가 폭락한 금융위기 때도 건실한 실적을 유지했다. 사이먼스 명예회장은 “과거 데이터와 기업 실적, 주가, 다른 금융상품의 영향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시뮬레이션하고 그 과정에서 무작위적이지 않고 반복되는 정보를 파악해 거래했다”고 자신의 투자비법을 소개했다. 수학에 기반한 펀드들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부른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건실하지 않은 데이터를 쓴 일부 기업과 이들의 상품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평가한 신용평가기관이 원인이지 수학의 잘못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현재 그는 ‘제3의 인생’을 살고 있다. 펀드매니저가 되기 이전엔 중국 수학자 천성선(陳省身)과 함께 독특한 기하학 측정법인 ‘천-사이먼스 이론’을 만들어 1976년 미국수학협회의 오즈월드 베블런상을 수상하는 등 학자로 이름을 날렸다. 2010년 펀드매니저를 은퇴한 뒤엔 사이먼스재단을 만들어 기초과학 연구와 교육에 거액을 기부하는 등 “꿈꿔오던 인도주의적 사회활동가”의 길을 걷는 중이다. “둘째 아이가 하늘나라로 가 가슴이 무너졌던 시기에 피난처이자 안식처”가 돼줬던 수학의 고마움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사이먼스 명예회장은 “수학을 잘 하면 과거엔 대부분 선생님이 됐지만, 이젠 직업 선택의 폭이 크게 넓어졌다”며 “검색엔진과 의료영상, 정보통신 등 어느 분야에서든 수학자가 필요한 시대”라고 역설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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