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4.1m 올해 95.2m발견 태조·세종·숙종 시대에 축조 보수
시대별 축성 양식 알 수 있어 도성 구간·공사·관리 이름 적은 각자성석 등 다양한 유물 발굴
문헌상 존재 조선신궁 실체 확인도
보존·정비 작업 2016년에 완료
일제가 파괴한 서울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이 옛 모습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문헌으로만 남아있던 조선신궁 터도 새롭게 발견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부터 남산 회현자락 중앙광장 일대를 중심으로 발굴조사를 진행한 결과 한양도성과 조선신궁 건물터 등 역사적 흔적을 대거 발굴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발굴조사는 ‘남산 회현자락 정비사업’의 일환이다.
남산 회현자락은 강대국의 침략으로 인류문화유산이 훼손된 대표적인 사례다. 한양도성은 조선 태조 때 축조된 이래 세종, 숙종을 거쳐 계속 보수됐지만 일제가 한양공원(1910년)을 조성하고, 조선신궁(1925년)을 짓는다며 대거 훼손했다. 이 후 이승만 대통령 동상(1956년) 남산 식물원(1968년) 등이 조성됐다.
이번 발굴조사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과는 189.3m의 한양도성을 발굴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 분수 광장과 식물원 일대의 평지 구간에서 94.1m 한양도성을 찾아낸 데 이어 올해 분수대 상ㆍ하부, 임야, 주차장 일대 탐방로 구간에서 95.2m 옛 성곽을 추가로 발굴했다. 이는 시가 2009년 발굴조사를 시작한 이래 발견한 최대 규모로, 해당 구간 성곽은 태조, 세종, 숙종 시대에 축조ㆍ보수를 거쳐 시대별 축성양식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도성 구간과 공사관리의 이름을 적어놓은 각자성석 1점, 바닥돌, 분청사기 조각, 왜사기 등 조선초기부터 20세기까지 다양한 유물도 발굴됐다.
일제가 식민통치수단으로 건립한 조선신궁의 여러 건물 중 가장 큰 규모의 건물인 ‘배전’터도 도성터 바로 옆에서 발견됐다. 조선신궁조영지 등에 문헌으로만 남아있던 조선신궁 실체가 확인된 것이다. 시는 일제가 조선신궁 조성을 위해 부지를 평탄하게 만든 것을 한양도성이 훼손된 1차 원인으로 추정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이 있던 곳에서 조선신궁의 콘크리트 기초부도 확인돼 당시의 위치와 규모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오해영 시 푸른도시국장은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500년 한양도성과 근ㆍ현대 역사를 실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며 “이번에 확인된 도성의 역사적 가치와 일제강점기 파괴 흔적은 앞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유력한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남산의 역사성과 자연성 회복을 위한 ‘남산 회현자락 정비사업’을 2009년부터 추진해왔다. 총 777m 구간에 대한 발굴조사를 벌여 265.7m의 한양도성을 발굴, 1ㆍ2단계 발굴조사를 마치고 복원을 완료했다. 1단계 사업을 통해 힐튼호텔 앞 아동광장 일대 성곽을 복원했고, 2012년 2단계 사업을 통해 백범광장 일대 성곽에 대한 복원을 마쳤다.
시는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의 보존·정비 사업과 관련, 학술회의와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2016년 완료할 방침이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