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들 아픔 끌어안고 가겠다 광화문 광장 한정되어 있지만
허용하는 최소한의 가족들 수용, 세월호법에 유족 염원 반영되길"
한국 천주교가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농성 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쫓겨나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거리의 약자 편에 서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에 따라도, 고통 받는 이웃과 함께 한 예수 정신에 비추어도 퇴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는 이에 따라 16일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하는 천주교 순교자 124위 시복식을 농성 유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할 예정이다.
준비위 위원장이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는 12일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복식 때문에 단식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이 퇴거 당하거나 쫓겨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눈물 흘리는 사람을 내쫓고 예수님께 사랑의 성사, 미사를 거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또 “(준비위는) 그 분들의 아픔을 끌어안고 가겠다고 생각했다”며 “다만 시복식 장소가 한정돼있기 때문에 허용되는 최소한의 가족들이 (시복식 중) 농성장에 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가족 측은 앞서 준비위에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 안은 모조리 받아들일 수 없어 재협상을 바라고 있고, 타결이 될 때까지 농성장에 남아있겠다”는 뜻을 전했다.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김영오(47)씨의 단식 농성은 이날로 30일째다.
강 주교는 “가족들의 염원이 받아들여져 올바른 진상조사와 사후 조처를 철저히 보장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신속히 통과시키도록 국회가 최선을 다해달라”고 정치권에 요청했다.
강 주교는 회견 내내 교황을 ‘교종’으로 칭했는데 이는 그의 평소 신념이다. 강 주교는 “한국 천주교의 공식 용어집에는 교황, 교종을 모두 쓸 수 있도록 돼있다”며 “교황이란 단어에 담긴 ‘황제’라는 정치적 직위의 의미를 떼어내고자 교종으로 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종이 한국 사회가 겪는 현실의 문제에 구체적인 답을 주기는 무리이나 권고문인 ‘복음의 기쁨’에서 교회가 정치ㆍ사회ㆍ경제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그 연장선에서 말씀을 하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또 “교종이 아시아 대륙에서 한반도를 제일 먼저 찾는 이유는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시려는 염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방한기간 동안 그 분이 전하고자 하는 사랑과 희망 안에 서로를 포용하고 화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준비위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릴 예정인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위 시복식에 앞서 15일 오후 7시부터 현장에서 리허설을 진행한다. 13일 오전에는 염수정 추기경,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등이 참석해 내ㆍ외신 기자들을 위한 롯데호텔서울 메인프레스센터 개관 축복식을 열 예정이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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