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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00위에도 테니스는 ‘대박’ 이만한 종목 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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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00위에도 테니스는 ‘대박’ 이만한 종목 또 있나요?”

입력
2014.08.1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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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의 '될성부른 테니스 자질'을 가장 먼저 알아챈 이는 주현상 마포고 감독이다. 그는 곧장 권순우의 부모님을 설득시켜 권순우를 서울로 전학 시켰다. 권순우는 마포중 3학년 때 테니스협회의 주니어선수 육성팀에 합류했을 때 실력이 크게 는 것을 체험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권순우의 '될성부른 테니스 자질'을 가장 먼저 알아챈 이는 주현상 마포고 감독이다. 그는 곧장 권순우의 부모님을 설득시켜 권순우를 서울로 전학 시켰다. 권순우는 마포중 3학년 때 테니스협회의 주니어선수 육성팀에 합류했을 때 실력이 크게 는 것을 체험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책이 ‘절대’ 가르쳐 주지 않는 성공하는 사람들만의 DNA는 뭘까.

요컨대 간절함, 절박함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간절함은 포기하지 않는 승부근성, 절박함은 물러서지 않는 투지의 다른 표현으로 해석된다.

‘피겨 여왕’ 김연아(24)는 지난 2월 소치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직후 “나보다 더 간절한 사람이 금메달을 가져갔다”라며 분분한 판정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남자 테니스 주니어 유망주 권순우(18ㆍ마포고2)는 그런 김연아의 열혈 팬이다. 김연아의 자서전‘김연아의 7분 드라마’를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는 그는 ‘훈련을 하다 보면 늘 한계가 온다. 근육이 터져 버릴 것 같은 순간...(중략) 하지만 이때 포기하면 안 한 것과 다를 바 없다. 99도까지 온도를 올려도 마지막 1도를 넘지 못하면 물은 영원히 끓지 않는다. 물을 끓이는 건 마지막 1도. 포기하고 싶은 바로 그 1분을 참아내는 것이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세상으로 갈 수 있다.’ 라는 문장을 거의 외우고 있었다.

비등점(물이 끓는 순간)을 향해 담금질하고 있는 권순우를 지난 7일 만났다. 곁에 있던 주현상(42) 마포고 테니스 감독은 자리에 앉자마자 “권순우의 테니스는 갈 길이 멀지만 인성만큼은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라고 말했다. 주 감독은 이어 “한국에서 세계의 높은 벽을 뚫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구기종목이 테니스다. 그런데 권순우 본인은 물론, 부모가 오히려 더 (자식의)테니스에 열정적으로 올인 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 권순우는 경북 안동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축구선수를 꿈꿨다. 하지만 주위 어른들의 권유로 테니스 라켓을 잡았다. 가능성을 나타내자 부모가 곧장 그의 서울 유학길을 권했다. 안동중 2학년 때의 일이다. 맹모삼천지교가 따로 없다. 어머니가 서울에 원룸을 얻어 뒷바라지에 나섰다. 3년이 흐른 지금 권순우의 ‘상경 대차대조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그는 지난해 마포고의 전국대회 단체전 6관왕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하지만 권순우의 마음 한편에는 아쉬움이 늘 똬리 틀고 있었다. 단식에서 1년 선배 정현(19ㆍ수원삼일공고)이 국제무대에서 기량을 인정받고 있는 반면 자신은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헤드컵 양구 실내 주니어대회 초대 챔피언에 오른 이후 감감 무소식이다. 그러나 올들어 단식에서도 본격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상반기에만 2관왕이다. 지난 4월 국제테니스연맹(ITF) 김천 국제주니어대회 단식 정상에 올랐다. 자신의 국제대회 첫 우승이기도 하다. 권순우는 여세를 몰아 5월 제49회 전국주니어테니스선수권(18세부)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6월에는 ITF 대구 국제 남자 퓨처스 단식 1회전에서 실업 강자 임형찬(29ㆍ안성시청)을 2-0(6-4 7-5)으로 제압하는 하극상을 일으키며 2회전에 진출해, 생애 첫 남자프로테니스(ATP) 랭킹 포인트 1점을 따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기회가 되면 로저 페더러와 한 판 붙고 싶다는 권순우는 그러나 롤모델은 노박 조코비치라고 말했다. 페더러의 물 흐르는 듯한 플레이에 반했고, 조코비치에게선 매 포인트 최선을 다하는 파이팅이 인상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포핸드 스트로크가 주특기라는 그의 꿈은 소박하다. “ATP 랭킹 100위권에 진입해 테니스도 ‘대 박’날 수 있는 종목이라는 걸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메이저 대회 1회전에만 진출해도 5,000만원 가까운 출전료를 거머쥘 수 있는데 이만한 스포츠가 또 있나요?”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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