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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베이비부머들의 고민 '상속이냐 기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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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베이비부머들의 고민 '상속이냐 기부냐'

입력
2014.08.1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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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30년간 최대 규모 이동 시작 美 인구의 28% 소비의 50% 차지

전체 금융자산의 70% 넘게 보유 기부 선호하고 자녀들 자립 원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얼마전 타계한 배우 필립 호프먼, 워렌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가수 스팅. 이들은 모두 자녀에게 유산을 남기지 않겠다고 이미 선언했다. 워싱턴포스트 캡처.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얼마전 타계한 배우 필립 호프먼, 워렌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가수 스팅. 이들은 모두 자녀에게 유산을 남기지 않겠다고 이미 선언했다. 워싱턴포스트 캡처.

앞으로 30년에 걸쳐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30조달러의 이동이 이뤄진다. 은퇴기에 접어들고 있는 베이비부머들은 30조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자녀에 상속 또는 사회에 기부할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1일 엄청난 부의 이전은 더 이상 가족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라며 이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억만장자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2차 대전 직후인 1946~64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부머는 미국 전체 인구의 28%인 7,600만명에 달한다. 동갑내기 46년생으로 첫 주자인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벌써 나이 70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도 이들의 경제실력은 다른 세대가 넘볼 수 없을 만큼 탄탄하다. 미국 소비의 50%를 차지하고, 전체 금융자산의 70%를 넘게 보유한 부자들이 베이비부머들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액션추어는 부모로부터 12조달러를 상속받았던 베이비부머들이 이제 30년 안에 자기 재산 30조달러를 죽음 등으로 인해 이전시켜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베이비부머는 이전 부자들과 다른 독특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기부를 선호하고 어른이 된 자녀들이 직장을 갖고 스스로 돈을 벌길 바란다. 억만장자 가운데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숨진 배우 필립 호프만, 미모의 여 요리사 니겔라 로손, 그리고 세계적 음악가 스팅이 그런 경우다. 자녀에게 유산을 남기지 않는 이유는 부가 결코 자녀에게 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어릴 때부터 돈 걱정하지 않고 특권층으로 자란 이들을 가리켜 ‘트러스트아파리안’(trustafarians)이라고 부른다. 부자 히피로 불리는 이들은 명석하지 못하고,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도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손은 “돈을 벌 필요가 없다는 게 사람을 파멸시킨다”고 했고, 3억달러 재산을 보유한 스팅도 “자녀들은 일을 해야 한다. 그들도 재산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프만은 생전 남긴 유언장에서 “아들이 문화와 예술 건축을 알 수 있는 대도시에서 자라야 한다”고 적었다. 재산 3,500만달러는 자식들이 ‘트러스트 펀드 키드’가 되길 원치 않을 것이라며 주지 않았다. 트러스트 펀드는 상속인이 일정 나이가 되기 전 돈의 지출을 제한하고 그 이후 재산을 찾아가도록 하는 제도이다.

베이비부머들이 즐겨 따르는 증여 방법에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방식이 있다. 버핏은 세 자녀에게 20억달러짜리 재단을 하나씩 만들어주고 나머지 재산은 모두 기부하기로 했다. 그는 “이만한 돈은 무언가를 하고자 할 수 있고, 또 아무것도 하지 않을 만큼 많지도 않다”고 했다. 한 자수성가한 백만장자는 같은 방식으로 자식을 망치지 않을 정도인 250만달러씩만 주고 나머지는 기부하기로 했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세계 최고 부자 빌 게이츠는 “이미 자녀들이 훌륭한 교육을 받고 건강보험을 가지고 있다”며 1,000만달러로 추정되는 적은 금액만 물려주기로 했다. 언론인 앤더슨 쿠퍼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엄격한 모친 덕분에 부자 히피가 아닌 연봉 1,100만달러의 CNN 앵커로 성장했다. 그의 어머니 글로리아 밴더빌트는 철도왕 밴더빌트 가문의 상속녀이나 패션디자이너로 일해 2억달러의 재산을 일구었다. 그러나 아들 쿠퍼에게는 동전 한 닢도 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쿠퍼도 “(내가 스스로) 벌지 않은 돈은 저주”라며 “어릴 때 금 항아리가 내 미래에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인생에)동기 부여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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