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변동성 키워 투자 유도, "기업 성장에 득 될 것" "투기 늘고 외인 영향력 확대 될 것"
퇴직연금 운용 규제도 완화해 증시 등에 힘 보태겠다지만 "근로자 노후자금 손실 부담 위험"
정부가 12일 발표한 투자활성화 대책의 큰 축 중 하나는 증시 활성화다. 투자자의 이윤 추구와 기업의 자금 수요가 만나는 주식시장을 키워 투자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16년 만에 단행되는 증시 가격제한폭 확대, 퇴직연금의 자산운용 규제 완화는 대표적 증시 투자 유인책이다. 상장기업 우대책으론 중소기업 투자세액공제율 상향, 경영권 편법 승계 우려로 금지됐던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부분허용이 포함됐다. 정책 효과를 기대하는 한편으로 증시의 불안정성과 거품을 키울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내년 초 주가제한폭 30%로 확대
정부는 내년 초 증시 가격제한폭을 현행 15%에서 30%로 확대할 계획이다. 1998년 12월 12%에서 15%로 올린 이래 16년 만의 가격제한폭 조정이다. 코스피를 먼저 조정하고 코스닥, 장외매매 및 파생상품시장 적용 여부는 추후 결정한다. 이현철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거래소와 증권사 시스템을 바꾸는데 드는 시간을 감안해 내년 1월1일 시행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 변동성 완화의 핵심 장치인 가격제한폭에 손대는 만큼 시장 전체뿐 아니라 개별종목에도 가격안정화 장치를 마련했다. 내달부터는 직전 체결가격보다 3~6% 높거나 낮은 호가가 제출되면 이상거래로 간주, 2분간 단일가매매로 전환된다. 장중 가격 급변을 완화하는 장치도 갖춰졌다. 주가가 전일종가 대비 30% 오를 경우 10%, 20% 변동하는 시점에서 단일가매매로 전환되는 식이다. 정부는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공매도 잔고 공시제가 도입되면 투기적 공매도에 따른 가격하락이 억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가치 적정 평가” vs. “중소기업 무덤 될 수도”
시장은 증시 변동성 확대로 투자자 관심이 커져 거래대금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자석효과(가격제한선에 가까울수록 빠르게 수렴하는 현상)에 기댄 작전세력의 주가조작 우려가 적어지고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될 수 있다는 긍정론도 있다.
그러나 투기적 주식투자가 활개를 칠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자국에는 없는 가격제한제도를 껄끄러워하던 미국, 유럽 자금의 유입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는 역으로 우리 증시의 외국자본 종속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증시 변동성이 지나치면 상장을 통한 기업투자 활성화라는 정책의 본래 목적을 충족하기 어렵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소형주 변동성이 상당히 큰 상황에서 주가를 가격제한 조치 없이 시장 원리에 맡겨두기엔 위험이 크다”며 “극단적인 경우 하루 새 원금 모두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퇴직연금 위험투자 규제 풀어
위험자산 투자한도 확대를 골자로 한 퇴직연금 운용규제 완화 또한 87조5,000억원 규모의 퇴직연금 재원을 증시 등 자본시장에 흘러들게 하려는 정책적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현재 퇴직연금의 92.6%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며 손실 우려가 있는 실적배당상품엔 6% 정도 가입돼 있다. 이렇다 보니 근로자 70%가 선택한 확정급여(DBㆍ정해진 금액 수령)형의 올해 2분기 수익률은 0.73~0.93%로, 연율 환산 때 2.92~3.72%에 머물렀다.
정부는 퇴직연금 자산운용 규제를 현행 포지티브(열거식)방식에서 네거티브(포괄식)방식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총 위험자산 보유한도는 유지하되 개별 투자상품은 몇몇 투자제외 대상만 아니라면 모두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30%로 제한된 DB형의 주식·주식형펀드 투자한도 등이 풀리고, 근로자 개인이 운용을 책임지는 확정기여(DC)형의 위험자산 운용한도도 현행 40%에서 60~70%로 상향될 전망이다.
정부는 퇴직연금 도입률이 14.5%에 머물고 있는 30인 이하 사업장에 정부가 기금 일부를 부담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와 더불어 고령화사회 진입에 따른 노후보장 강화책이다. 그러나 사회보장망이 취약한 현실에서 근로자 노후자금을 손실부담이 따르는 자본시장 투자에 대거 동원하려는 정책이 바람직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 신규상장 연 70건으로 늘 것”
정부는 유망 중소기업의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 상장 이후 3년 동안 투자세액공제율을 현행 3%에서 4%로 높여주기로 했다. 분리형 BW는 공모에 한해서 발행을 허용해 자금조달 통로를 열어주고, 공시 보고서 제출기한을 연장해 기업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상장사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보유하게 된 자기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기한은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난다. 주식배당은 주주총회 아닌 이사회 의결사항으로 절차가 간소화된다. 금융위는 이번 일련의 조치로 기업 상장 건수가 연 60~70건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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