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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드라마로 '정치 금기' 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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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드라마로 '정치 금기' 깨나

입력
2014.08.1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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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방(四人幇)도 깨졌으니 샤오핑(小平) 동지가 빨리 복귀해서 국가를 위해 큰 일을 맡아야 한다” “무슨 소리냐, 마오쩌둥(毛澤東) 주석께서 덩샤오핑은 4ㆍ5운동(1976년 제1차 톈안먼 사건)의 배후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가 어떻게 큰 일을 맡느냐?”

중국 관영 CCTV가 방영하고 있는 ‘역사 전환기의 덩샤오핑’(사진ㆍ총 48회) 중 11일 방송분의 대화 내용이다. 덩샤오핑(鄧小平) 탄생 110주년(8월22일)을 기념하기 위한 이 드라마가 그 동안 금기시돼왔던 민감한 내용을 과감하게 다뤄 주목된다. 중국이 드라마를 통해 자연스레 정치 금기를 깨면서 그 동안의 ‘과민 반응’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8일부터 밤 8시에 방영되고 있는 이 드라마는 중국공산당 중앙문헌연구실, 쓰촨(四川)성 위원회, 중국CCTV 등이 지난 5년 동안 공동으로 제작, 출발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76년10월 사인방의 체포부터 84년 중국의 전면 개혁개방까지 민감한 시기를 대상으로 해, 그 동안 중국 당국에서 언급조차 하는 것을 꺼려왔던 내용들을 상당히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회 방송분부터 화궈펑(華國鋒) 전 주석이 예젠잉(葉劍英) 당시 국방부장과 4인방 체포 작전을 펼치는 과정이 그려졌다. 화 전 주석이 드라마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마오쩌둥이 직접 지명한 후계자였지만 덩샤오핑에게 실권을 빼앗긴 뒤 물러나야 했다. 당내 권력 투쟁의 생생한 장면이 방송을 탄 것도 이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특히 앞으로 드라마엔 후야오방(胡耀邦)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서기도 등장할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 모두 덩샤오핑의 사람이었으나 이후 후 전 총서기는 87년 학생들 민주화 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이유로, 자오 전 총서기는 89년 톈안먼 민주화 운동 당시 무력 진압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쫓겨난 뒤 사망할 때까지 가택 연금됐던 비운의 정치인들이다. 이번 드라마가 84년까지만을 다루고 있는 만큼 후ㆍ자오 전 총서기가 물러나는 과정까진 나오진 않겠지만 그 동안 언급조차 꺼려졌던 두 사람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2일 “신중국의 역사에는 줄곧 민감한 ‘금지구역’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금지구역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이번 드라마는 그 동안의 (정치적) 과민 반응을 치료하는 데 공헌하고 있는 등 상징적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한편 덩샤오핑 탄생 110주년을 앞두고 그의 업적과 공로를 평가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덩샤오핑이 모스크바 유학 시절 남긴 희귀 자료 등을 공개하고 78년 개혁개방 결정 과정에서 역할 등을 재조명한 글을 실었다. 또 덩샤오핑 가족과 후손의 근황 등을 소개하는 기사들도 잇따르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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