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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럽연구이사회, 과학인재의 산파로

입력
2014.08.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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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부터 18일까지 서울에서 ‘세계 수학자대회’가 개최된다. 한국은 현재 연구ㆍ혁신 분야에서 진정한 강국이 됐다. 수년 동안 다양한 연구분야의 우수한 한국 과학자들과 교류하는 특혜를 누려온 필자는 이번 대회에 수학자로서 뿐만 아니라 1월부터 의장을 맡고 있는 유럽연구이사회(European Research CouncilㆍERC)를 대표하는 입장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돼 무척 기쁘다.

한국과 유럽 모두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핵심인력 양성’과 ‘기초과학연구 활성화’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선구자적인 기초과학 연구는 단기간에 영향력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장기간의 투자 전략을 바탕으로 추진한다면 국제사회의 공통과제와 경제활성화 등에 대한 실질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초연구의 성과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크고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 생활의 많은 것을 변화시켜온 레이저, DNA 구조의 확인, 페니실린의 발견 등은 기초연구의 대표적 성과 중 일부다. 지난 수십 년 간 경험한 것처럼 이는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의 등장으로 이어져 경제와 산업에 큰 혜택을 가져다 준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유럽연합(EU)은 창의적인 연구자들에 대한 투자를 통해 과학적 우수성을 확보하기 위해 2007년 ERC 설립이라는 진보적인 행보를 결정했다. ERC는 연구 공동체 내에서도 중요도가 우선순위인 연구에 중장기적 재정을 지원해 유럽이 해당 연구 분야에서 선두적인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지원은 유럽의 연구자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인재들을 대상으로 하며, 한국의 연구자도 포함된다.

일반적인 지원 기간은 총 5년이다. 대상자가 자국 소속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유럽에서도 소속될 수 있는 폭넓은 유동성을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인재들의 순환을 도모하고 최고의 연구자들이 모여 의견과 경험을 교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ERC의 향후 7년 예산은 약 17조9,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오직 과학적 우수성에만 근거해 연구를 선정하고 지원함으로써 유럽의 과학 수준을 한 차원 높였다. ‘기초연구’와 ‘연구자’를 중시하는 접근 방법 덕분에 수학, 컴퓨터공학, 물리, 생활과학에서부터 사회과학 및 인문학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또 높은 경쟁률 때문에 최고의 연구 프로젝트가 선정된다.

우수 연구자 지원 외에도 신진 연구자들을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로 이들이 초기부터 연구 자율성을 확보하고 잠재력이 최대한 발현될 수 있도록 도모하고 있다.

지금까지 ERC의 지원 프로그램은 ‘연구원들의 챔피언 리그’라고 불릴 정도로 성공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까지 국적을 불문하고 4,500명이 넘는 일류 과학자들을 지원해 왔다. 이 중에는 한국인 연구자도 3명 포함돼 있다. 한국 과학의 우수성으로 보아 앞으로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게 ERC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많은 수혜자들은 노벨상을 비롯한 과학분야의 국제적인 상을 수상했다. 2010년에도 두 개의 필즈상이 ERC 수혜자들에게 돌아갔다. 13일 서울 세계수학자대회에서 발표될 2014년 필즈상에서도 좋은 결과를 조심스레 기대한다.

과학적 우수성에 근거한 지원 외에도 ERC에는 과학 교류ㆍ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양자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한국과는 지난해 11월 미래창조과학부와 협정을 맺었다. 이는 ERC가 미국 이후 두 번째로 맺은 양자 협력프로그램이다. 한국과의 관계가 ERC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협력사업을 통해 선정된 35명의 한국 연구자들은 ERC에서 지원받고 있는 연구팀에 합류해 공동연구에 참여하고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달부터는 유럽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이제 막 시작될 공동연구 활동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한-EU간 협력을 확대하고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 협력의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장-피에르 브르귀뇽 유럽연구이사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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