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올 뉴 카니발'을 개조
장애인 맞춤차량 출시...AS도 쉽게
올 2월 경기 화성시 현대ㆍ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의 ‘올 뉴 카니발’ 개발팀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남양연구소 등 25년 동안 현대ㆍ기아차에서 일했던 김근우 이지무브 전무가 “9년 만에 새 모습으로 변신할 카니발로 장애인, 노약자 등 이동약자에게 도움이 될 ‘착한 카니발’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위해 수화기를 든 것이었다.
이지무브는 2010년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이 출자해 만든 사회적 기업. 설립 이후 ▦뇌병변 장애아가 앉을 수 있는 자세보조용구(몰딩형 이너) ▦혼자 설 수 있게 돕는 훈련기기 ▦휠체어 등 맞춤형 보조기기들을 만들어 온 이지무브에게 ‘착한 카니발’ 프로젝트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국내에서는 차량 개발 단계부터 이동약자를 위한 디자인과 기술 적용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11일 안산공장에서 만난 김 전무는 “장애인 10명 중 6명은 보조장비만 있으면 혼자 운전이 가능한 데 장애인이 혼자 운전하고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어야 진정한 자립이 가능하다”며 “게다가 갈수록 노령인구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당장 사업성은 떨어지지만 꼭 필요한 시도라고 기아차 후배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후 거의 매일 같이 야근을 하는 강행군 끝에 5월 부산모터쇼에 첫 선을 보인 ‘올 뉴 카니발 이지무브’는 기존 복지차량과 사뭇 다른 모습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우선 차 뒤편 휠체어가 오르내리는 경사로 각도를 5도 정도 줄여 전동휠체어뿐만 아니라 장애인이 직접 일반 휠체어를 타고 차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했다. 김 전무는 "유럽, 미국에서는 경사로 각도를 10도 안팎으로 만들었지만 우리는 주로 전동휠체어 이용자들만 고려하다보니 기존 복지차량은 경사로 각도가 15도 안팎이었다"며 "일반 휠체어 이용자들도 보다 쉽게 탈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각도를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사로를 접이식으로 만들어 경사로를 차 뒤 쪽 바닥에 집어 넣은 뒤 3열 시트를 내려 좌석으로 쓰거나 짐 싣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복지차량 이용자들이 애프터서비스(AS)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불만이라는 점을 감안해 머플러 등 교체가 필요한 부품은 일반 카니발과 같은 것을 쓰고 수시로 점검해야 하는 휠얼라인먼트도 일반 기기로 체크가 가능하게 했다.
장애인이 저렴한 유지비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차는 만들었지만 김 전무의 근심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차량가격에 개조비용을 포함하면 한 대에 4,500만원에 달하는 이 차량을 구입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장애인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김 전무는 “착한카니발 프로젝트는 목표가 어느 정도 이뤄져 다행이지만 장애인들이 복지차량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보조금 등 각종 제도가 보완되지 않는 한 새로운 실험이 빛을 바랠 것 같아 안타깝다”며 “올해부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장애인 근로자에게 차량개조 및 운전보조기기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을 하는 장애인은 해당이 안돼, 대부분 장애인에게 복지차량은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안산=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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