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의 사임 압력에도 3선 연임을 추진 중인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자신을 총리로 지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나서 이라크의 정치적 내분이 심화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알말리키 총리는 10일 자정 전국에 중계된 긴급 TV연설에서 푸아드 마숨 신임 대통령이 새 총리를 지명하지 않아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소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취임 후 보름 안에 최대 정파 지도자를 새 총리로 지명하도록 헌법에 명시돼 있는데도 지난달 24일 선출된 쿠르드계 원로 마숨 대통령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의 최대 정파는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법치연합이다. 법치연합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최다 의석인 92석을 확보했다. 알말리키는 “대통령의 고의적 헌법 위반은 이라크의 통합과 독립에 심각한 결과를 미치고 내전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3선 연임을 강행하려는 알말리키 총리에 즉각 제동을 걸었다. 미 국무부는 알말리키 총리의 연설이 끝나고 몇 시간 만에 마숨 대통령에 대한 전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이라크의 새 지도자를 뽑는 과정을 강제하거나 조작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거부한다”고 경고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 9일 이라크의 안전이 확보되려면 정치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해 알말리키 총리를 압박했다.
이라크 의회는 내전 수습을 위해 통합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국내외의 압박 속에 최근 새 국회의장과 대통령을 선출하는 데 성공하고 총리 지명 및 새 정부 구성만 남겨놓고 있다. 알말리키는 당초 4월 총선에 승리해 무난히 3선 연임을 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서북부를 시작으로 급속히 세력을 확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시아파가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통합정부 구성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면서 알말리키 총리는 현재 거센 퇴진 압력에 직면해 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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