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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영기업 비자금 '연간 17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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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영기업 비자금 '연간 17조원'

입력
2014.08.1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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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 기관이나 국유기업 등이 굴리는 비자금인 ‘샤오진쿠’(小金庫)가 연간 1,000억위안(약 16조8,000억원)도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경화시보(京華時報)는 11일 류환(劉桓) 중국 국무원 참사 겸 베이징(北京)시 정협 재경위원회 부주임을 인용, “당정 기관과 국유 기업을 포함, 매년 중국에서 발생하는 샤오진쿠의 총액은 적어도 1,000억위안 이상”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우리의 감사원 격인 심계서(審計署) 관계자가 1999~2006년 조사 당시 매년 발생하는 샤오진쿠 자금이 평균 800억위안도 넘는다고 분석한 점도 근거로 덧붙였다.

샤오진쿠란 회계 장부 등에 올려야 하는 자금이지만 장부에 올리지 않은 채 운영되는 비밀 자금 등을 일컫는 말이다. 국가 기관과 국유 기업들 벌금 및 과태료로 받은 돈과 수입 중 일부를 빼 돌려 마련하는 것이 전형적인 방식이다. 각종 기금 이자 수입과 수속 비용, 위약금도 샤오진쿠로 흘러 들어가는 일이 많다. 광고 수입료와 제반 수수료, 찬조금, 기부금도 샤오진쿠의 주 수입원이다. 이렇게 모인 샤오진쿠는 공무원과 임직원의 장려금과 보너스, 수당 등에 남모르게 사용된다. 상급 기관 뇌물 등 부정한 용도로 쓰일 때도 적잖다. 류자이(劉家義) 심계장(감사원장 격)도 지난 6월 “국가임업국 소속 기관 14곳에서 3,625만위안(약 61억원)의 비자금을 적발했다”며 “대부분이 보너스와 접대비로 사용됐다”고 예를 들어 지적한 바 있다.

부패와의 전쟁에 나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러한 샤오진쿠에 대해서도 철퇴를 내린다는 각오다. 중국 재정부와 심계서는 이달부터 10월까지 ‘8항 규정’의 철저한 시행과 함께 샤오진쿠 정비 사업을 펴기로 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번 샤오진쿠 정비 사업에는 각 성과 자치구, 직할시, 중앙 국가기관, 각 부 위원회와 인민단체 등을 모두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오랜 관행인 샤오진쿠가 단번에 사라지긴 힘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샤오진쿠는 국가기관이나 국유기업뿐 아니라 민간기업에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중국에선 이중 장부를 작성하는 것이 사실상 생활이 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샤오진쿠를 만드는 방법은 다양할 뿐 아니라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 그 총액도 증가 추세이다. 은닉성이 강해 적발하는 것도 쉽지 않다. 뇌물을 건네지 않으면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힘든 문화도 이러한 관행에 한몫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 주석이 샤오진쿠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지 주목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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