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개막
대통령을 풍자한 걸개그림 논란으로 빛이 바래긴 했지만, 광주비엔날레 창설 20주년 특별전은 꽤 알찬 내용을 선보였다. 망자나 고통받는 자들을 위로하는 조선시대 불화 ‘감로도’에서 착안해 ‘달콤한 이슬-1980 그 후’로 제목을 붙인 이 전시는 80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대표되는 광주 정신의 승화와 예술적 치유를 주제로 한국 등 14개국 47명(팀)의 작품을 모았다.
광주시립미술관의 6개 전시실에 설치된 작품들은 80년 광주의 열망을 담은 국내 민중미술 계열 작품들뿐 아니라 독일 나치에 저항한 케테 콜비츠, 1930년대 중국의 항일 목판화운동, 미국 사회주의 리얼리즘 화가 벤 샨의 작품을 대거 소개함으로써 저항미술의 세계사적 흐름을 보여준다. 광주처럼 국가 폭력을 경험한 제주와 오키나와의 역사적 기억, 중국 문화대혁명과 일본 군국주의를 환기시키는 작품,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도 등장해 상처를 공유하고 치유와 희망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세계의 현대미술 지형에서 사회성 짙은 작품으로 주목 받는 스타 작가들도 출품했다. 에티오피아 출신 줄리 메레투, 2001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을 받은 캐나다 팀 자넷 카디프와 조지 뷰레스 밀러, 남아공 작가 윌리엄 켄트리지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이 전시는 9월에 개막하는 광주비엔날레 본전시와는 별개로 11월 9일까지 열린다. 본전시 주제는 ‘터전을 불태우라’다. 박제가 된 모든 관습과 체제를 거부하겠다는 선언이다. 특별전은 본전시가 표방한 창조적 파괴에 앞서 광주비엔날레의 토대인 광주정신을 조명함으로써 이 행사의 존재 의의와 역할을 다짐하고 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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