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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아름답다… 사랑과 음악이 주는 무공해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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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아름답다… 사랑과 음악이 주는 무공해 매력

입력
2014.08.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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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헤이즐' '비긴 어게인'

순수 첫사랑, 음악이 주는 희망...

악역은 없고 따뜻한 인간미 가득, 화려한 그래픽 대신 사랑으로 승부

'안녕, 헤이즐'
'안녕, 헤이즐'
‘안녕, 헤이즐’(위)과 ‘비긴 어게인’의 핵심은 각각 각본과 음악에 있다. ‘안녕, 헤이즐’의 각본은 ‘500일의 썸머’의 각본을 함께 쓴 스콧 뉴스타터와 마이클 H. 웨버가 맡아 또 한번 탁월한 대사를 들려준다. ‘비긴 어게인’의 음악은 1998년 히트곡 ‘유 겟 왓 유 기브’를 남기고 해체한 그룹 뉴 래디컬스의 그렉 알렉산더가 작곡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ㆍ판씨네마 제공
‘안녕, 헤이즐’(위)과 ‘비긴 어게인’의 핵심은 각각 각본과 음악에 있다. ‘안녕, 헤이즐’의 각본은 ‘500일의 썸머’의 각본을 함께 쓴 스콧 뉴스타터와 마이클 H. 웨버가 맡아 또 한번 탁월한 대사를 들려준다. ‘비긴 어게인’의 음악은 1998년 히트곡 ‘유 겟 왓 유 기브’를 남기고 해체한 그룹 뉴 래디컬스의 그렉 알렉산더가 작곡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ㆍ판씨네마 제공

컴퓨터 그래픽과 화려한 스펙터클로 북적거리는 여름 극장가에서 사람과 사랑이 주인공인 영화 두 편이 13일 나란히 개봉한다. 악한 인물도 비관적인 세계관도 냉소주의도 없는 무공해 청정 에너지의 영화들이다. 긍정적인 위트와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시한부 멜로 드라마 ‘안녕, 헤이즐’(12세 이상 관람가)과 로맨틱 음악 영화 ‘원스’의 뉴욕판 ‘비긴 어게인’(15세 이상 관람가)이다.

2년 전 한국에서도 출간된 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가 원작인 ‘안녕, 헤이즐’은 ‘둘이 합쳐 폐는 1.5개, 다리는 3개’인 10대 아이들에 관한 로맨스 드라마다. 갑상선 암이 폐로 전이돼 24시간 호흡기를 차고 다녀야 하는 헤이즐(셰일린 우들리)과 한때 고교 농구 스타였으나 골육종에 걸려 한쪽 다리를 절단한 어거스터스(안셀 엘고트), 두 사람은 암환자 모임에서 만나 첫눈에 사랑을 느낀다.

설정만 보면 뻔한 눈물을 쥐어 짜내는 ‘시한부 신파 멜로 영화’처럼 보인다. 실제론 정반대다. 영화는 비극적인 운명보다 첫사랑의 순수한 감정에 방점을 찍는다. 그래서 눈물이 고일 만하면 미소를 대신 안긴다. 고전 신파극이라면 감정이 복받쳐 오를 때쯤 처절한 현악, 피아노 연주로 관객의 멱살을 붙잡고 이래도 울지 않을 거냐고 하겠지만, 이 영화는 그런 순간에도 ‘죽음을 앞둔 애들이 저렇게 밝아도 될까’ 싶을 만큼 긍정적이고 위트 넘치는 대사로 분위기를 반전한다.

‘안녕, 헤이즐’은 ‘0과 1 사이에도 무수히 많은 수가 있다’면서 유한한 삶 속에 존재하는 무한한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무겁고 우울한 분위기를 피하면서도 죽음을 앞둔 인간의 실존적 고민을 놓치지 않는다. 국내에선 낯선 두 남녀 배우의 사랑스러운 연기가 시종일관 경쾌한 앙상블을 이룬다.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놓인 하이틴 멜로드라마와 신파 로맨스 장르에서 오래도록 회자될 수작이다.

‘비긴 어게인’은 음악 영화 ‘원스’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아일랜드 감독 존 카니의 신작이다. 음악을 통한 ‘루저(패배자) 갱생 드라마’라는 점에서 두 영화의 대칭점이 뚜렷하다. 남녀 주인공이 이루는 구도도 토박이 대 이주자, 연인에게 버림 받은 미혼자 대 결혼생활에 상처가 있는 기혼자로 비슷하다.

영화는 유명 인디 음악 제작자였던 댄(마크 러팔로)과 록스타가 된 남자친구(애덤 리바인)에게 차인 무명 작곡가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자기가 차린 음반사에서 해고된 날 댄은 고주망태인 채 들른 바에서 그레타의 노래를 듣고 그에게 음반 제작을 제안한다. 아내와 이혼한 뒤 딸에게도 무시 당하는 댄은 그레타와 뉴욕의 거리를 스튜디오 삼아 음반을 만들어가며 자신감을 얻기 시작한다.

‘비긴 어게인’은 ‘원스’에 비하면 서사의 진실성도 음악의 신선함도 부족하다. 그런데 영화가 품고 있는 공기는 꽤나 상쾌하고 싱그럽다. ‘원스’보다 밝고 활기도 넘친다. 음악으로 사랑과 희망을 이야기하면서도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고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할리우드로 건너가 ‘귤화위지(橘化爲枳)의 위기에 몰린 영화를 살리는 건 결국 ‘너와 내가 함께 음악을 한다는 것’이다. 영화 속 댄의 대사처럼 ‘지극히 따분한 일상의 평범함도 갑자기 아름답게 빛나는 진주처럼 변하게 하는 것이 음악’이란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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