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軍, 병사에 인권침해 신고 전화 못 쓰게 방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軍, 병사에 인권침해 신고 전화 못 쓰게 방해"

입력
2014.08.10 20:00
0 0

민간 고충상담전화 ‘아미콜’을 장병들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내용을 담은 육군본부 공문. 각 부대에 전달된 육군참모총장 명의의 이 공문에는 “아미콜을 이용하면 군인복무규율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장병들에게 교육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민간 고충상담전화 ‘아미콜’을 장병들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내용을 담은 육군본부 공문. 각 부대에 전달된 육군참모총장 명의의 이 공문에는 “아미콜을 이용하면 군인복무규율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장병들에게 교육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군 당국이 군 인권침해 피해자들을 위해 시민단체가 개설할 예정인 고충상담전화 ‘아미콜(Armycall)’을 병사들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조직적으로 방해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6월 3일 육군참모총장 명의로 각 부대에 공문을 보내 “병사들이 아미콜을 군에서 운영하는 것처럼 잘못 알고 활용할 수 있다”며 “군인권센터는 군과는 아무 관계 없는 민간단체고 아미콜도 군과 무관한 민간상담센터라고 교육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군인권센터가 내년 초 개설을 목표로 준비중인 아미콜은 군대에서 폭력 성희롱 등 인권침해가 발생했을 때 군인권센터 상담원과 직통으로 연결할 수 있는 ‘핫 라인’이다. 이 사업은 국가인권위원회의 협력 사업으로 선정돼 상담원 양성과 홍보를 위한 예산 900여만원을 지원받았다.

육군은 더 나아가 장병들에게 아미콜을 이용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하라고 일선 부대에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문은 “군인은 군 외부에 군복무와 관련된 고충사항 해결을 요청해서는 안 된다”며 “아미콜과 같은 민간 인권상담기구 활용은 군복무규율 위반”이라고 적시했다. 군인복무규율 제25조는 군인이 법령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시 근신 영창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 등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는 뜻을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된 5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국방부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국방부는 거듭되는 병영 내 폭력사건과 군 내부의 기강 해이 사건이 사회 문제화 되면서 신뢰 회복이라는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됐다. 연합뉴스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 등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는 뜻을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된 5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국방부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국방부는 거듭되는 병영 내 폭력사건과 군 내부의 기강 해이 사건이 사회 문제화 되면서 신뢰 회복이라는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됐다. 연합뉴스

육군은 심지어 지난 6월 5일 특허청에 아미콜이란 단어의 상표권을 먼저 출원해 군인권센터가 이 상표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육군은 출원 이후에도 군인권센터에 공문을 보내 “아미콜이란 명칭에 ‘아미’(Army)란 단어가 들어가 있어 병사들이 육군이 운영하는 공식 상담기관으로 오인할 수 있다”며 “이 단어를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군인들이 아미콜을 군에서 운용하는 것처럼 잘못 알 수 있어 정확히 알리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이라며 “군인은 국방헬프콜 등의 상담전화를 통해 복무와 관련된 고충상담을 하도록 되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군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고충처리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운데 이를 보완하려는 민간 차원의 움직임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군의 태도는 폐쇄적이고 고압적인 군대 문화를 재확인하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폐쇄적인 군대에서 군의 문제를 폭로하거나 상담을 요청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아미콜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됐다”고 강조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