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강정호 경쟁 시너지 효과
베테랑 유한준·이택근도 뒤 받쳐
쉬어갈 곳 없는 홈런 공장 팀으로
넥센 타선은 어디 하나 쉬어갈 곳이 없다. 1번부터 8번까지 일발 장타력을 갖췄다. 상대 팀 감독이나 투수는 한숨만 내쉴 뿐이다. 막강 화력을 자랑하는 넥센은 9일 현재 팀 홈런 149개를 쏘아 올렸다. 팀 홈런 2위 삼성(120개)보다 무려 29개나 많다.
넥센은 시즌 종료까지 33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경기당 1.57개의 대포를 쏘아 올린 페이스라면 앞으로 52개를 더 추가해 총 201개를 기록한다. 이는 지난해 125홈런을 훨씬 뛰어 넘어 2003년 삼성(213개) 이후 11년 만의 200홈런 고지를 밟게 된다.
홈런 1, 2위를 나란히 달리고 있는 박병호와 강정호가 넥센 대포 행진의 ‘쌍끌이’를 하고 있다. 박병호는 35개, 강정호는 32개를 쳤다. 박병호는 홈런 페이스가 전반기보다 후반기 들어 떨어졌지만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저력이 있다. 올 시즌 종료 후 구단 동의를 얻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강정호는 2012년 개인 최다 25홈런을 벌써 뛰어 넘어 유격수 최다 홈런 기록을 작성하는 등 커리어 하이 시즌을 예약했다.
홈런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이들의 불붙은 경쟁은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될 뿐만 아니라 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강정호는 “경쟁에 대해 신경 쓰지 않지만 시너지 효과는 있다”며 “(박)병호 형이 잘하다 보니 나에게 찬스가 많이 생기고, 내가 잘하면 반대로 기회가 간다”고 설명했다.
박병호와 강정호 말고도 공포의 타선을 구축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이 있다. 바로 두 명의 베테랑 유한준과 이택근이다. 지난 시즌 주전 자리를 문우람에게 뺏겼던 유한준은 올해 절치부심 끝에 존재감을 되찾았다. 2005년 데뷔 이후 단 한 차례도 두 자릿수 홈런을 치지 못했던 그였지만 이번 시즌 17개를 터트렸다. 그 동안 3번 적임자 찾기에 골머리를 앓았던 염경엽 넥센 감독은 유한준이 제 몫을 하자 고민을 덜었다.
또 주장 이택근은 올해 공격형 2번 타자로 성공적인 변신을 했다. 15개의 대포로 2009년 개인 최다 기록과 타이를 이뤘고, 타점은 69개로 자신의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염 감독은 “4번 박병호와 5번 강정호 앞에 서는 2, 3번 이택근, 유한준이 잘해주니까 빅이닝(다득점을 뽑아내는 이닝)도 가능한 것”이라며 이들의 활약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넥센은 외국인 타자 비니 로티노가 다른 팀 용병들과 달리 홈런을 달랑 1개만 치는 빈공 속에도 토종 타자들의 분전으로 무시무시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김민성과 이성열은 나란히 10개씩 담장 밖으로 공을 넘겼고, 이적생 백업 내야수 윤석민도 2개만 추가하면 2012년 이후 2년 만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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