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교통량 늘면 더 위험" 아파트 지하주차장 출입구 변경 요구
조합 "심의 때 문제 없다 결론" 거부… 구청 "현재로선 민원 수용 불가"
서울 만리동 환일중ㆍ고등학교와 만리 제2 주택재개발조합이 통학로 안전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차도와 보도 구분이 없어 가뜩이나 위험한 통학로에 주차장 출입구를 뚫지 말라는 학교의 요구를 조합은 법적 하자가 없다며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8일 이 학교에 따르면 학생들의 등하굣길인 서울 만리동2가 231-13 환일길 초입에 두 달 전부터 228세대 규모의 만리 자이아파트 지하주차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주차장 출입구에서 학교 정문까지 300m 도로는 차도와 보도 구분이 없고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까지 있는 이면도로다. 학교는 “주차장 출입구가 생겨 교통량이 늘어나면 더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학교측은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법에 조합을 대상으로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제기, 14일 1차 심문기일을 앞두고 있다. 박시하 환일중 교감은 “공사를 완전 중단하라는 것도 아니고 출입구만 만리재로(왕복 5차선 도로) 쪽으로 내도록 설계를 변경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합 측은 학교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정근 만리 제2 주택재개발조합장은 “원래 보행자가 다니기 좋지 않은 길이어서 사고 위험이 있는 것인데 학교는 주차장 공사로 인해 학생들이 위협받는 것처럼 매도한다”며 “지난해 말 서울시 건축심의 때 문제 없다고 결론이 났으므로 공사를 중단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금 설계를 변경하면 입주가 최소 10개월 지연되고 그 피해는 100억원에 달해 학교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환일고 1학년 김민석(16)군은 “학교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차들이 더 많이 지나다니면 정말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환일중 학부모 박 모(35ㆍ여)씨는 “세월호 참사로 사회 곳곳에서 안전불감증에 대한 반성이 나오고 있는데 환일길도 그 대상”이라며 “앞으로 학생 수천, 수만명이 다닐 길인데 조합과 구청은 학생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 사업시행 인가를 내준 중구청 관계자는 “모든 절차를 적법하게 거친 공사여서 현재로서는 학교의 민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다시 검토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한형직기자 hj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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